개성공단이 또 한번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공단이 어렵게 문을 열었지만, 남북관계의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이번엔 사업을 포기하려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몇 개사는 사업권을 다른 기업에게 넘겼고, 일부 기업은 사업권 자체를 반납하려는 의사를 당국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된다면, 개성공단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섬유업종 2개사, 전기ㆍ전자업종 1개사 등 총 3개사가 지난달 공단 내 다른 기업과 자산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신규투자를 불허한 5·24조치로 인해 개성공단 내 다른 기업에게만 공장을 매각할 수 있고, 제3의 투자자에겐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들 3개 회사는 바이어들의 주문량이 가동중단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자 자산매각을 결정했다"며 "다만 자산매각은 사업철수가 아니라 인수합병(M&A)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단 내 다른 기업이 사업을 이어 받을 예정이라 당장 업종 수 등 공단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공단 내 토지를 분양 받았으나 5ㆍ24조치로 공장을 세우지 못하고 있던 미착공업체 7곳도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남북경협보험금을 수령하며 사업추진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사업포기를 결정한 건 물량회복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 바이어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공장가동률이 가동중단 사태 이전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여기에 오락가락하는 북측의 태도로 인해 근본적 신뢰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협보험금 반환도 사업포기의 이유다. 기업들은 공단폐쇄 당시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경협보험금을 받아 운영자금으로 소진했는데, 공단 문이 다시 열리면서 이를 반환해야 상황. 1차 반환시한을 넘기면서 현재는 연체이자까지 부과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직 경협보험금을 반환하지 못한 20개 업체도 이달 중순쯤 사업포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의 다른 관계자는 "이달 14일이 지나면 연체금리가 6%대로 올라가는데 그 정도 이자를 내며 사업을 강행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14일까지 보험금을 갚지 않으면 사실상 사업포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공단 개선을 위해 남북이 한 달에 한 번씩 4개 분과위원회를 열기로 했지만, 지난달에는 단 한번도 분과위가 열리지 않았다"며 "공단개선화 작업이 흐지부지되자 가동중단 사태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 바이어의 주문량이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이 분과위 운영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공단 개선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자산매각을 통한 기업 양도ㆍ양수는 과거에도 여섯 차례 존재했기 때문에 이번 자산매각을 가동중단 여파로 인한 사업철수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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