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46)가 쓴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199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나란히 농구 붐을 일으켰던 이 만화는 아직도 유효한 농구 진리를 담고 있다. 리바운드 숫자가 많을수록 이길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 역대 프로농구 챔피언 가운데 좋은 센터를 보유하지 않은 팀은 없었다.
김종규 가세하자 리바운드 장악
LG는 지난 9월 경희대 출신의 김종규(21ㆍ207㎝)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았다. 모든 구단이 탐내던 국가대표 센터를 차지하는 행운을 얻었다. 높이를 보강한 LG는 곧바로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지난 시즌 팀 평균 리바운드가 33.7개로 이 부문 7위였지만, 올 시즌엔 2개 이상이 늘어난 35.9개의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상대가 김종규를 견제하는 사이 다른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리바운드를 따내는 시너지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다.
높이를 앞세운 LG가 전자랜드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LG는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3~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80-68로 승리했다. 포인트 가드 김시래(13점)를 포함해 박래훈(10점) 기승호(14점) 등 주전들이 고른 활약을 보였고, 두 명의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9점 8리바운드)과 크리스 메시(10점 10리바운드)도 제 몫을 했다. 김종규는 30분34초를 뛰면서 2점에 그쳤지만 6개의 리바운드와 함께 끊임 없는 스크린 플레이로 동료의 움직임을 도왔다.
이로써 2연승과 함께 7승4패(0.636)가 된 LG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4위 KCC(6승3패ㆍ0.667)를 바짝 추격했다. 반면 2연패를 당한 전자랜드는 5승5패로 5할 승률이 됐다. 전자랜드는 박성진이 15점, 정영삼이 9점을 넣었지만 찰스 로드가 8점 2리바운드에 그치며 완패를 당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LG 선수들이 기록한 리바운드 숫자는 38개, 전자랜드는 29개였다. 전반까지만 해도 19-15였던 양 팀의 리바운드는 후반 들어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승부처마다 공격 리바운드를 낚아 챈 LG는 어렵지 않게 득점을 쌓았다.
전반을 42-30으로 마친 LG는 사실상 3쿼터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기승호가 11점, 박래훈이 5점을 몰아치며 점수차를 벌렸다. 기승호는 3쿼터 3분28초를 남긴 상황에서, 박래훈은 2분19초를 남기고 각각 3점슛을 성공시켰다. 박래훈의 3점슛이 터진 직후 양 팀의 점수는 60-42. LG는 4쿼터 들어 상대의 매서운 추격을 받기도 했지만 끝까지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12점 차 완승을 거뒀다.
김진 LG 감독은 경기 후 "4쿼터를 매끄럽게 마무리 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김종규는 득점이 적었지만 수비, 공격, 리바운드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인천=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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