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불청객 '중국발 스모그'가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잠잠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환경 기준을 초과한 건수가 6배 이상(수도권 기준) 증가했다.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아 천식이나 폐질환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미세먼지는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겨울철 편서풍 영향으로 내년 봄까지 잦아들지 않을 태세다.
올해 유난히 심각한 이유는
5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미세먼지(PM10ㆍ지름 10㎍/㎥ 이하) 농도가 환경기준(100㎍/㎥)을 12시간 이상 초과한 경우는 총 19건으로 지난해(3건)와 비교할 때 6배 이상 증가했다. 19건 중 가장 오랫동안 초과 기준을 지속한 경우는 72시간(1월)이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기 양주시의 미세먼지가 평소 3배인 16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잠잠했던 미세먼지 농도가 올해 유난히 심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부와 과학원은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우리나라의 기상조건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석탄의존도가 70%인 중국의 연료 사용이 난방으로 인해 겨울 증가하는데 이때 오염된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중국 북동부 공업지역의 대기오염지수가 전년 대비 40% 증가할 정도로 연료 사용이 늘었다. 올 1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ㆍ지름 2.5㎍/㎥ 이하) 농도는 993㎍/㎥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의 40배에 달하고 올해 중국 전역의 스모그 발생일은 전국 평균 4.7일로 52년 만에 최다라는 중국기상국 발표도 있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기상조건이 미세먼지 분산을 막는 데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유덕 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지표면이 뜨거워지고 바람이 세야 미세먼지 운동성이 활발해지는데 올해는 지표면 온도도 낮은데다 바람세기도 약했던 것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천식, 폐질환에 조기사망률 증가까지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는데다 납,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이 호흡으로 함께 체내에 들어올 수 있어 천식, 각종 폐질환 유발 등 건강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 이진국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은 미세먼지가 폐까지 들어오면 만성폐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혈관 질환자의 경우 폐 염증이 피를 통해 전신으로 퍼지면 뇌졸중, 심근경색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10㎍/㎥씩 증가할수록 일별 조기사망률은 0.8% 증가했다. 이 교수는 "숨을 안 쉬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은 외출을 안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불가피할 경우 황사 마스크를 쓰고 외출 후에는 기관지에 쌓인 미세먼지 배출을 위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발 미세먼지 또 몰려올까
지난 2일 평소의 2~3배인 81~100㎍/㎥ 수준으로 치솟았던 수도권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주말 비와 함께 잦아들었다. 하지만 11월 중국에서 겨울철 난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편서풍은 더 강해지기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발 스모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30~50% 정도다. 정복영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여름에는 비가 내려 미세먼지가 빗물에 씻겨나가는 세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겨울철 가뭄이 지속되면 농도를 낮출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이런 우려를 감안해 법정시행일(2014년 2월)보다 앞당겨 수도권에서 8월 말부터 미세먼지 시범예보를 시작하는 등 예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전국 예보는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2015년 1월부터는 초미세먼지까지 예보물질을 확대하고 경보제를 시행한다. 동네별 실시간 오염도는 에어코리아 홈페이지(www.air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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