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4년 예산안'에는 청와대가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사업 관련 예산이 대거 무리하게 끼워 넣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기존 사업과 중복될 위험성이 높거나, 편성의 근거가 되는 법령조차 마무리 되지 않은 채 편성된 것도 있어 향후 처리가 주목된다.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각 부처별 예산사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새마을운동 ▦청년ㆍ국민대통합 위원회 ▦대학생 장학금 ▦정부 3.0 등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 관심이나 공약과 관련 있는 분야에 적정 규모 이상의 예산이 배정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우선 새마을운동을 문패로 내건 사업들이 여럿 포함됐다. 새마을운동 관련 사업은 박 대통령이 유력 대선후보로 부각한 2011년 이후 크게 늘어났는데, 2014년 예산안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안전행정부는 내년 전체 예산이 4.3% 증가에 그치는데도, 새마을운동 세계화(30억3,800만원)에 올해(20억7,000만원)보다 46%나 늘어난 액수를 배정했다. 또 외교부도 25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아프리카 미래전략센터'설립 사업의 명분 중 하나로 '아프리카 새마을 운동'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아프리카 미래전략센터 사업은 관련 법령의 제ㆍ개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며 계획 보완을 요구했고, 예결위는 "외교부가 새마을운동세계화 재단에 위탁할 예정인 '아프리카 새마을운동'은 구체 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기존 국제 새마을운동과 차별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발족한 청년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예산 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우선 올해 5월 대통령 자문위원회로 설립된 청년위원회에 배정된 63억원을 대거 삭감해야 한다는 게 예결위 설명이다. 이 위원회는 청춘순례, 청년 드림버스, 청년 창업오디션 등의 직접 사업을 펼칠 계획인데, 이는 자문위원회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예결위는 "고용노동부 업무와 중복될 가능성이 큰 직접 사업 예산을 조정하고, 청년위에는 기획ㆍ조정 업무에만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 공약에 따라 설립된 국민대통합위도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회당 4억원이 투입되는 '대토론회'를 내년에 2회 개최한다는 게 위원회의 계획인데, 비용에 걸맞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결위는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은 토론 주제에서 애초 배제한다는 게 위원회 방침인데, 이는 대토론회의 당초 취지와 어긋난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예결위는 셋째 아이에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사업(1,225억원)과 박근혜 정부의 국정 패러다임인 '정부 3.0' 변화관리 지원 예산이 과다 편성됐다고 진단했다. 수혜연령 제한 조치 없이 셋째 아이 등록금 지원이 강행될 경우 '고연령 학생입학'의 부작용이 예상되며, '정부 3.0' 지원사업도 공무원의 의식ㆍ문화ㆍ일하는 방식의 혁신 대신 예산의 85%가 홍보에 배정되는 등 졸속으로 짜여졌다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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