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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제자 청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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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제자 청전 스님

입력
2013.11.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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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나케나 의미 없는 큰 불사에 보시하는 것은 오히려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일입니다. 영성(靈性)은 큰 성전이나 사원, 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희생에서 오는 내적인 마음의 정화에서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다람살라에서 26년째 수행 중인 청전(60) 스님은 5일 서울 인사동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청전 스님은 자신의 에세이집 (도서출판 휴 발행) 출간에 맞춰 지난달 말 방한했다.

청전 스님은 36살 때인 1987년 인도 성지순례를 하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 12가지 질문을 던진 뒤 귀의해 스승으로 받들고, 티베트 난민 거주지 다람살라와 라다크 일대에서 수행과 빈민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스님은 "내가 스님이라 사람들은 내 종교가 불교인줄 알지만 민중이 내 종교"라며 "수행도 거룩한 성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힘없는 이웃을 섬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바로 불공이고 예수를 똑바로 모시는 삶"이라며 "절이든 교회든 갖다 바치라고 할 게 아니라 '바르게 잘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행복에 대해 스님은 "지금 여기서 이웃을 위해 착하게 사는 것"이라며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어 불편한 인도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전 스님이 26년째 달라이 라마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그의 진실됨과 인간적인 매력에 반해서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 깔끔하게 차려 입고 갔는데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오시더라구요. '성적인 갈등을 느낄 때가 있느냐'고 여쭤보니 '물론 있다'며 '그럴 땐 더욱 간절한 기도로 극복한다'고 답할 정도로 솔직하고 인간적인 분입니다."

스님은 비뚤어진 한국 종교 현실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종교에 상관없이 성직자가 되면 신분상승을 한 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사실은 포장지만 바꿨을 뿐 똑같은데도 말이죠. 스님을 비롯해 성직자들이 신도들에게 반말하는 것은 정말 못 참겠어요.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빌빌대잖아요." 도박ㆍ폭행 등 최근 조계종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쓰레기는 재활용되지만 인간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없기에 없애 버려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청전 스님은 독특한 이력으로 불교계 안팎에 유명하다. 가톨릭 신부가 되려고 광주 대건신학대를 다니다가 3학년 재학 중일 때인 1977년 송광사 방장 구산(1909~1983) 스님을 만났다. 구산 스님은 먼 길을 찾아온 신학생에게 대뜸 "천축국(인도)에서 고행승이 오셨군"이라고 했고, 이 말을 듣고 출가했다. 그러나 깨달음의 길은 쉬이 잡히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선방에서 참선을 하면서도 안거가 풀린 해제철에는 걸망을 메고 산문을 나서 구름처럼 물처럼 떠돌았다. 워낙 만행을 많이 해 남지심씨는 소설 에서 그를 주인공으로 쓰기도 했다. 스님은 "소설 속 주인공은 결국 환속하던데, 나는 환속할 마음은 전혀 없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스님은 한국에 머물면서 여러 지인들을 만나고 법문 등도 한다. 머무는 동안 히말라야 라다크로 가져갈 약품과 보청기, 손톱깎기, 중고시계 등을 챙겨 연말에 '산타 스님'을 기다리는 라다크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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