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경제활성화 관련 15개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으로 정부 곳간이 빈 탓에 연말 재정지출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을 민간투자 활성화로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들 법안이 실질적 효과가 없는 재벌 특혜 법안이라며 비판적 입장이어서 법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5일 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대책 법안 당정협의'를 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활성화 관련 15개 법안을 최우선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투자활성화 관련 7개, 주택시장 활성화 관련 5개, 벤처ㆍ창업 대책 관련 3개 등이 핵심 법안으로 꼽혔다.
당정이 특히 공을 들이는 법안은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다. 지주회사가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돼 있는 지분규제를 50%로 완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SK가 일본 업체와 계약한 1조3,100억원, GS와 일본 업체의 공동 투자 1조원 등 2조3,1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자 이뤄질 수 있다고 정부는 기대한다.
관광숙박시설의 입지 제한을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경우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7,000억원 규모의'7성급 호텔' 신축 사업과 직결돼 있다. 초중고교의 200m 이내에는 관광호텔 설립을 제한하는 규제를 풀어,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에 7성급 관광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부문에서는 이 밖에 선상(船上) 카지노를 허용하는 내용의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 제정안이 중점처리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에 한해 선상 카지노를 허용해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1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 및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벤처ㆍ창업 대책으로는 중소기업전용 증시인 '코넥스' 세제혜택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핵심 법안으로 분류했다.
당정은 이들 법안의 정기국회 처리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은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에 자신들의 사활을 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에서 공공행정 부문(-3.3%)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재정축소'가 이미 현실화한 상황에서 민간 투자와 소비를 살려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3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부문이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현 경제팀으로서는 여당조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리더십 문제를 문제 삼으며 흔드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3% 가까이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지금은 확실한 경제 성적표가 필요한 때"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건은 재벌 특혜, 사행성 조장 등을 이유로 상당수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을 설득해야만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임위원회별로, 부처별로 적극적으로 야당에 입법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