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유럽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영국 최대의 재활용회사인 인바이런컴(Environcom)이 가나를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나 정부는 인바이런컴이 유럽에서 쓰던 중고 가전제품들을 재활용한다는 명목 하에 들여오지만 대부분이 재사용이 힘든 유독성 폐가전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단체인 미국의 블랙스미스와 스위스 녹십자가 이날 발표한 세계 10대 유독물질 위험 지역에 가나의 아그보그볼로시가 포함됐다. 10대 위험지역에는 이밖에 식수에서 미국 기준보다 1,000배 많은 납이 검출된 인도네시아의 시타럼강 유역, 수은 오염이 심각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가죽 공장이 많은 방글라데시 하자리바그, 나이지리아의 니제르강 삼각주, 아르헨티나의 마탄사 라이추엘로강 등이 포함됐다. 블랙스미스 등은 "49개 국가에서 2억명 이상이 광산 혹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독 물질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가나는 연간 21만5,000톤의 중고 전자제품을 유럽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유독성 있는 폐기물이 매립돼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 허용치보다 45배나 높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로 수출되는 중고 가전제품의 약 75%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가나로 수출되는 중고 가전제품도 대부분 납 등 유독성 물질을 그대로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바이런컴은 영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딕슨이나 아르고스 등과 협약해 영국 가정에서 버린 TV나 냉장고 등을 사들여 가나로 수출해왔다. 실제 딕슨의 씬 피니 이사는 올해 초 "인바이런컴은 유해 폐기물에 가까운 구식 브라운관 TV들을 아프리카에 수출해왔다"며 "(그것들은) 안전하게 처리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은 가나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로는 처음으로 올해 1월 1일 중고 가전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인바이런컴 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고 가전제품을 지속적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빅터 우우수 가나 에너지위원회 대변인은 "수입 금지 조치 이후에도 중고 가전제품의 불법 수입을 177건이나 적발했다"며 "이 중 90% 이상은 영국에서 수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바이런컴은 가나 정부의 규제에 맞서 투자 철회 등을 언급하는 등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바이런컴은 6월 가나 정부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가나에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가나 정부의 조치는 우리가 계획을 철회하고 대체 시장을 찾아봐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고 압박했다.
우우수 대변인은 "문제 해결을 위해 영국 정부에 항의하고 유럽연합(EU) 등에 제소할 계획"이라며 "영국에서는 하지 못할 일들이 아프리카에서는 가능하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