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파문이 끝날 줄 모른다. 그제 뉴욕타임스는 NSA가 외교정책 등 16개 임무를 설정, 각각에 대해 미국의 이익에 치명적인 '초점지역'과 한 단계 아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정된 위험'으로 분류한 뒤 우방국ㆍ적성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불법 정보수집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미국 주재 38개 외국공관과 35개국 국가정상 휴대폰에 대한 도ㆍ감청 파문에 이은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미국의 불법 정보활동이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있는 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한국은 외교정책 정보기관활동 미군주둔지역 전략기술 등 4개 임무에서 초점지역으로 분류됐다. 초점지역으로 분류된 국가는 모두 33개국이다. NSA는 이를 위해 해외주둔 미군기지와 재외공관에 특별정보수집부를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NYT가 폭로한 NSA의 비밀문건은 2007년 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18개월을 활동시기로 정했다. 이 때는 노무현 정부 말기와 이명박 정부 초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북핵, 남북정상회담 추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라크전 파병 연장 등 민감한 한미 현안이 대거 부각된 시기다. 그 만큼 이견도 많았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생각을 손금 보듯 들여다 보고 있었던 셈이다.
미국의 불법 정보수집이 드러난 이상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 정부는 미국에 우려를 표명하고,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는데 그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다. 독일처럼 스파이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미국에 촉구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도ㆍ감청에 취약한 국내 통신망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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