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317일 앞으로 다가왔다. 임권택 개회식 총감독이 지난 2일"역대 가장 재미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고 밝히는 등 축제분위기에 군불을 때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세계적인 스타를 이용한 개막식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신설 경기장에서 부실 공사 잡음이 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치를 47개 경기장 중 테니스 코트를 비롯해 16곳을 새로 완공했거나 신설 중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리허설 무대 성격으로 치렀던 제94회 전국체전에서 심각한 하자가 드러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4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전국체전 종합평가보고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텅 빈 관중석, 개회식때 과도한 교통통제, 선수단 경기장 이동 대책 미흡, 운영ㆍ관리 미숙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부실 경기장 개선, 보완의지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십정동 열우물 테니스 코트다. 부지 비용을 포함하면 1,000억원이 훨씬 넘는 예산이 투입된 테니스 경기장은 '부실 합작품'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개ㆍ보수 해야 할 곳이 하도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다. 테니스인들은 실내경기장을 빠져 나오려면 미로를 헤매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동선(動線)이 얽혀있다. 또 빛을 내뿜는 대형 전광판을 코트 맞은편에 설치해 아시아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측은 "전광판을 포함한 시설 문제점이 30여 가지에 달한다. 국제 망신을 당할 우려가 있어 공인을 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천시는 이에 대해 다른 미비점은 보수가 가능하지만 전광판은 손을 댈 수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매립지에 건설된 드림파크 골프장과 선학동 하키경기장도 예외가 아니다. 오죽했으면 16개시도 골프단 단장 명의로 '아시안게임 골프경기를 다른 곳에서 치러야 한다'고 인천시에 건의했을까. 드림파크 골프장은 지반침하와 악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이번 체전때 아웃오브바운드(OB)가 3배 가량 속출해 역대 대회 중 OB가 가장 많이 기록됐다는 것이다.
하키경기장은 코트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경기장을 아예 강원 동해시로 옮겨 체전을 치러는 촌극을 빚었다. 기초공사를 날림으로 했거나 불량 바닥재질을 사용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인천시에서도 부실을 잘 알고 있지만 해법 제시를 위해 고민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한 경기인은 "문제점을 지적해도 피드백(반응)이 전혀 안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개막식 관중이 적은 이유를 체육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체전사상 처음"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인천시는 4일,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비용 615억원을 국비 지원을 받게 됐다며 반색했다. 그러나 혈세가 어떻게 집행되고 사용되는지, 혹은 '누수'는 없는지 감시하는 자세가 실종된 것 같아 씁쓸하다. 300여일 후 대회 슬로건 '아시아의 미래'를 넘어 '아시아의 자랑'으로 회자되는 인천을 볼 수 있을까.
최형철 스포츠부 차장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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