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탈이 있었다"며 인정하고 지침 마련 등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상황변화에 떠밀린 조치로 분석된다. 그간 남 원장은 "정상적 대북 사이버 방어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정당성을 주장해왔다.
이는 대선 기간 국정원 심리전단의 정치 댓글 작업이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국한되지 않고 트위터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검찰의 수사 내용을 마냥 부인으로 일관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수사방해 행위로까지 비치는 비협조적인 태도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정치 댓글 사건에 관련된 심리전단 직원 22명 중 7명을 다음 주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도록 하는 등 태도변화를 보였다.
국정원의 이러한 자세전환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진상규명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며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하는 등 진전된 입장을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이날 남 원장도 "대북심리전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 일탈이 있었고 앞으로 지침을 만들겠다" "국정원 개혁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등 일정 수준의 범법 행위 인정과 함께 재발방지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정원은 조직 차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아 여전히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남 원장은 군 사이버사령부와의 연계 의혹도 부인했다. 이날 남 원장은 조직적 대선 개입이 아니냐는 질문에 "인정할 수 없다. 검찰 조사에 많은 이의가 있다"며 부인했다. 이는 원세훈 전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재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정치적 중립 위반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선거법 위반 혐의는 법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국정원이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남 원장은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기소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재판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했다.
남 원장은 대공수사권의 검경 이관 문제에 대해 "제 3국을 통한 (북한의 사이버) 침투가 많아 수사가 어렵고 간첩 침투를 막기 어렵다"며 전문성 문제를 들어 반대했다. 이는 이번 사건을 개인이나 규정 상의 미비 문제로 보고 인적, 조직적 쇄신으로 문제를 제거하되 기능과 역할 개혁까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 원장은 이달 내 국정원 자체 개혁안을 국회에 낼 의사를 비춰 개혁의 수준을 놓고 여야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검찰이 추가 기소한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글 5만 6,000여건 중 국정원 직원의 개입 건수를 두고 남 원장이 발언을 정정하는 등 신경전도 치열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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