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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 와 맘껏 걷는 게 무척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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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 와 맘껏 걷는 게 무척 좋아요"

입력
2013.11.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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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은 먹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먹자고 작정하고 왔어요. 떡볶이 김밥 같은 길거리 음식 정말 먹고 싶었어요. 불고기 삼겹살 잡채 김치 젓갈 전부 다 맛있었지만, 된장찌개가 그 중에 제일이었죠. 처음 본 번데기는 냄새가 이상해서 못 먹었고요."

파란 눈의 부모와 한국을 찾은 이새봄(13)양은 4일 먹을 거리 얘기에 신이 났다. 중증 장애를 안고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던 내성적인 아이였던 새봄이는 2007년 미국 입양 6년 만에 밝은 미소를 가진 활발한 아이로 바뀌어 모국을 찾았다. 홀트아동복지회(이하 홀트)가 올해로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장애 입양가족 모국연수를 통해서다.

새봄이는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2000년 4월 대구의 애망장애영아원 현관 앞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새봄이는 왼손 가운데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세 손가락의 첫째 마디가 없었다. 오른쪽 다리도 무릎 아래 부분이 없었다.

입양 의뢰는 친부모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입양은 여의치 않았다. 7살 때까지 새봄이를 키운 애망원은 안타까운 사연을 홀트에 알렸다. 영특한 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입양을 보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우여곡절 끝에 홀트는 2007년 보건복지부로부터 특별승인을 받아냈고, 새봄이는 그렇게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새봄이는 입양 후 두 차례 다리 수술을 받았다. 18개월마다 의족을 새로 맞춰야 하긴 하지만 걷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장애 없는 아이들과 어울려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양모인 재킬린 모나한(36)씨는 "새봄이가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을 잃었다고 했을 땐 마음이 아팠지만 휠체어 농구를 즐기고 바이올린을 배우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을 땐 뛸 듯이 기뻤다"며 입양의 행복을 밝혔다.

새봄이는 "남대문 거리를 한국 사람들 틈에 섞여 아무렇지 않게 걸은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너무도 일상적인 경험이지만 다리가 불편한 탓에 한국에 있을 땐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 본 일이 없었다. 비무장지대(DMZ)와 민속촌을 견학하면서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 잊어버린 한국말을 배워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일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어렸을 때 생활했던 애망원을 다시 찾는 일이다. "같은 방을 썼던 민주와 소영이를 6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어렸을 적 친구를 다시 만날 생각에 정말 설레요."

양부 브라이언 모나한(43)씨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10여년 전 평택 캠프 험프리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 매료됐고, 꼭 한국 아이를 입양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새봄이를 비롯해 한국 아이 세 명을 입양했다. 그는 "새봄이를 보자마자 하느님이 주신 우리 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장애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 친자 2명을 포함해 가족 7명 모두 한국에 와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입양아 총 1,125명 중 장애 아동은 52명(4.6%)에 불과하지만 국외 입양의 경우 755명 중 장애 아동은 148명(19.7%)에 이른다. 홀트 관계자는 "국외로 입양된 장애 아동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며 "더불어 우리나라의 장애 아동 입양에 대한 인식도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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