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1995년 민영화 이후 정부 지분은 단 1%도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 18년 동안 KB금융의 임원 자리는 늘 정권의 '낙하산'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회사 중 수장이 외부 출신인 곳은 KB금융뿐이다. 특히 2008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내부에서 승진해 회장에 오른 이가 한 명도 없었다.
초대 회장 황영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명박 정부 대선캠프 출신이다. 그는 우리금융 회장 시절의 파생상품 투자 실패를 이유로 중징계를 받고 1년 반 만에 물러났다. 시장에선 황 회장이 우리금융 재직 때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공격적인 투자를 해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역시 불명예 퇴진했다. 강 행장이 황 회장의 후임으로 내정되자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앞두고 10여 일간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강 행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전화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강 행장은 결국 자진 사퇴했다.
이후 10개월 간 공석이던 회장 자리를 차지한 인물은 어윤대 전 국가브랜드위원장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2년 선후배 사이인 그는 2010년 7월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정정길 대통령 실장이 회장추천위원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어 전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임기를 2달 앞두고 연임 포기를 공식화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한국은행·국세청 등은 KB금융에 대한 검사·세무조사를 벌이며 어 회장을 압박했다.
관치의 역사는 현 정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어 회장의 후임으로 인선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사장은 재정경제부 정통 관료 출신이어서, 임 회장의 임명을 놓고 '모피아 전성시대의 재림'이란 뒷얘기가 무성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임명과정에서도 관치 논란이 재연됐다. 정찬우 금융위 부원장이 함께 금융연구원에서 근무했던 이 행장을 지지한다는 루머가 퍼지며 유력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같이 정부가 인사개입을 하는 동안 회사의 경쟁력은 계속 저하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KB금융 순이익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1조7,029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사 중 3위로 추락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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