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포스코, KB금융지주(국민은행)는 모두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된 곳들이다. 지금은 단 한 주의 정부지분도 없다. 하지만 정권교체 때마다 낙하산인사, 외압퇴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석채 KT회장의 중도하차로 이들 '무늬만 민간기업'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KT가 공기업(옛 한국통신)에서 정부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된 건 2002년. 벌써 10년이 넘는다. 하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외풍은 단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민영화 이후 첫 CEO는 이용경 전 사장. 임기(2002년 8월~2005년 8월)를 다 채우긴 했지만, 그의 연임시도는 뚜렷한 이유 없이 무산됐다.
본격적인 파동이 일기 시작한 건 민영화 2기 수장으로 임명된 남중수 전 사장 때부터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남 전 사장은 첫 임기가 끝날 무렵 무리하게 연임을 시도했다. 원래 임기종료는 2008년이었는데, 주총을 앞당겨 정권교체 직전인 2007년 말 연임을 관철시켰던 것이다. 당시 KT주변에선 "남 사장이 정권이 교체되면 연임이 무산될 까봐 무리수를 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정부 인사'로 분류된 남 전 사장은 계속 교체설에 시달렸고 결국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그는 2008년11월 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결국 KT사장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한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KT인사와 관련해 남 전 사장에게 몇 가지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남 전 사장은 너무 무리라며 난색을 표시했고 이것이 결국 하차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후임은 이석채 회장. MB정부 출범 초부터 각종 위원회에 참여했던 그는 2009년 KT수장으로 앉았다. 공모과정에서 경쟁사 사외이사경력으로 부적격 논란이 일었지만, 정권의 지원 속에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그 역시 교체설이 끊이질 않았다. 한 소식통은 "현 정부 내에서도 이 회장을 최소 내년 주총까지 유임시킬지 교체할 지에 대해 방침이 몇 번 바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알아서 물러났어야 했는데 이 회장이 오히려 비상경영을 선언하는 등 오히려 정부에 정면 돌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말부터 검찰의 고강도 압수수색이 시작됐고, 그는 결국 열흘여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구체적 내용은 다르지만, 5년전의 데자뷰였던 셈이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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