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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5일] 초단시간 노동자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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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5일] 초단시간 노동자를 아십니까?

입력
2013.11.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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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상 학교에서 일한다면 선생님이거나 공무원으로 알고, 고용도 안정되고 수입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에는 정규 교원 수에 맞먹는 약 4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고, 이들 중 약 20만명이 단시간 노동자들이며, 특히 1주 평균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약 15만명이나 된다. 왜 안정된 일자리의 상징인 학교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심지어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우리 노동법에 의하면 초단시간 노동자들에게는 휴일과 휴가가 보장되지 않고 1년 이상을 일해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1년 이하의 단기계약은 최장 2년으로 제한되지만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예외여서 무기한 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이처럼 고용이 불안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도 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초단시간 노동자라도 3개월 이상 생계를 목적으로 계속 일하면 고용보험 가입대상이지만 사용자는 탈법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누구보다 모범적인 사용자여야 할 학교가 노동법상의 각종 책임을 피하기 위해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종 탈법과 불법행위가 발생한다. 1년 이하 단기근로 계약을 체결해 고용이 불안한 점을 악용, 초단시간 근로계약 체결을 강압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주중과 주말 근로계약서를 2중으로 작성하거나 요일별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당장의 생계대책이 막막하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다.

맞벌이 가정이나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학교가 끝난 후 '초등 돌봄교실'이 운영돼 많은 학부모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등 돌봄교실을 강화하여 엄마품과 같은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것을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돌봄교실 선생님 네 명 중 한 명이 초단시간 노동자임을 알지 못한다. 우리 아이들이 2.5시간마다 바뀌는 초단시간 엄마 품에서 자라고 있고, 요일별로 바뀌는 '월수금 엄마'와 '화목토 엄마' 품에서 자라고 있다. 학교에서는 초단시간 근무제를 억지로 만들기 위해서 돌봄교사들이 아이들의 간식을 만들기 위해 장보는 시간, 수업준비 시간, 늦게 오는 학부모를 기다리는 시간과 교실 정리시간들이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무료(무급) 노동을 시키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방과후 학교 운영실무자의 약 60%가 초단시간 노동자이고, 방과후 강사 대부분이 초단시간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아이들에게 밥을 나누어주고, 학교를 청소하며, 도서관을 운영하고, 유치원 종일반을 운영하며,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인가족 최저생계비 57만2,000원에도 못 미치는 월평균 40만원밖에 안돼 월급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용돈벌이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최근 정부는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률 70% 달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며 장밋빛 희망을 말한다. 하지만 막상 92.9%가 여성인 학교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에는 침묵한다. 이미 있는 질 나쁜 일자리를 방치한 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는 정부의 말을 신뢰할 국민은 없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말하기 전에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심각한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교육현장의 초단시간 노동자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작년 이맘 때 그 동안 학교에서 유령처럼 지냈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적인 총파업을 진행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비정규직도 학교운영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선언하고 확인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은 아무런 변화가 없기에 또 한 번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답이 필요한 시기이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비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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