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 역사를 새로 쓴 신화의 기업이지만 포스코의 수장자리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공기업 시절은 그렇다 해도,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교체와 맞물려 외풍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1999년 임명돼 정부지분 매각으로 초대 민영화 CEO가 됐던 유상부 전 회장은 '정권과의 유착'이 화근이 됐다. 김대중정부에서 임명됐던 그는 재임 중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 요청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고가 매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결국 정권과 함께 하차해야 했다.
노무현정부 출범으로 CEO자리에 오른 이구택 회장은 재임 중 비교적 태평성대를 보냈다. '공채출신 1호 회장'이란 명예 속에 연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그의 거취는 흔들리게 됐다. 과거정권 인사로 낙인 찍혀 정권 초부터 하차설이 돌기 시작하더니, 2008년 말에는 세무조사 무마로비 소문까지 휘말리며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그는 2009년1월 임기 1년2개월을 남기고 전격 사임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란 이유였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외풍이란 사실은 자명했다.
사실 포스코는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2006년에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역대 회장들 모두 내부 승진을 통해 자리에 올라 낙하산 논란은 없지만, 여전히 외압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구택 회장의 뒤를 이어 현 정준양 회장이 취임했다. 그는 치열한 내부경합 끝에 최종 낙점됐고 지난해 2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정 회장 역시 거취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 6월 박근혜대통령의 중국방문 때 만찬장에 초대받지 못하고, 8월 10대 대기업 총수 청와대초청 오찬명단에도 이름이 누락된 데 이어, 9월 국세청의 전격적인 특별세무조사까지 시작되자 포스코 주변에선 "올 것이 오나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난 달 세계철강협회장에 선출되면서 그의 교체설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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