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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그대로 간직한 국악기, 현대음악에 오히려 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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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그대로 간직한 국악기, 현대음악에 오히려 잘 어울려"

입력
2013.11.0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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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연주자 유홍(34)씨에게 처음 음악가의 꿈을 심어 준 악기는 클래식기타였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양악보다 국악이 더 전망이 좋을 것이라며 진로 변경을 권하는 부모님의 조언에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키워 온 클래식기타 연주자의 꿈은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양악에서 국악으로, 현악에서 관악으로 진로를 급선회했다.

1일 만난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난생 처음 가 본 대금 독주회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높은 음에서 날카롭게 나는 대금 고유의 '청' 소리에 매료된 그날 이후 그는 다시는 기타 케이스를 열지 않았다. 지난 3년 간 한국이 아닌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대금 연주자로 활동한 것도 소리의 매력에 대한 확신 덕분이다. 먼 타국에서, 그것도 현대음악의 범주 안에서 한국 전통악기가 보여 줄 무한한 가능성을 믿었다.

15일 서울 올림푸스홀에서 열리는 연주회 '모멘텀'은 유씨가 발견해 온 대금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국의 음악 애호가들과 공유하는 자리다. 2010년부터 베를린에서 현대음악 앙상블 '아시안 아트 앙상블'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독일 태생의 동포 작곡가 정일련씨의 '모멘텀' 등 대금과 서양악기의 어울림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작품을 연주한다. 독일의 젊은 작곡가 톰 로요 폴라의 대금과 첼로를 위한 '리믹스 산조'(Rescatted Melodies)와 게이코 하라다 도쿄대 교수의 대금과 현악삼중주를 위한 '소멸점'(Vanishing Point Study)은 이번 연주회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곡이다.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 1위에 올랐던 주목 받는 작곡가 조은화씨의 대금과 장구를 위한 '자연으로 가는 길'(Der Weg zu Natur) 등 나머지 곡은 이번이 한국 초연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실내악 단체 '정가악회'에서 활동하며 전통음악의 발전을 고민했던 그는 아시안 아트 앙상블의 음악감독인 정일련씨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전통음악의 미래를 낙관하게 됐다. 유씨를 비롯해 독일의 현악 연주자와 일본의 고토 연주자, 중국 생황 연주자 등으로 구성된 아시안 아트 앙상블은 지난해 독일 현대음악비평가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 받은 실내악 단체다.

"그간 전통음악이라고 하면 교육 받은 범위 내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현대음악은 그 범위가 아예 없는 거예요. 연주자가 모든 역량을 발휘해 악기에서 최대치를 끌어내는 음악이죠. 그래서 꾸준히 개량돼 온 서양악기보다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국악기가 오히려 더 잘 어울리더군요."

그는 무엇보다 서양음악처럼 한국 전통음악 내에 여러 장르가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통 연주회와 퓨전 국악, 음악극 등의 범주뿐 아니라 현대음악 역시 국악의 한 장르로서 장르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독일에서는 중동,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의 전통악기 연주자들이 현지 음악가들과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 전통악기 연주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요. 일단 작곡가들부터 서양음악과 국악의 경계를 벗어나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곡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레퍼토리 없이 우리 악기를 마냥 외국 연주자들에게 자랑할 수는 없으니까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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