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저와 세상을 연결하는 희망의 다리예요. 이제는 제가 희망의 다리가 돼 자립에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에서 중증장애인 전세주택 제공사업과 교육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수연(28) 주무관.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갑자기 1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시신경이 위축됐다는 의사의 진단에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는 그는 중ㆍ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마칠 수밖에 없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가 공무원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건 일반 직장과 달리 공무원 시험에는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시험지, 음성지원 컴퓨터 등 다양한 편의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키우던 최 주무관은 2010년부터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시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를 통해 수험교재를 점자 및 파일로 받아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섰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2년도 가을, 그는 서울시 공무원 공개 경쟁 임용시험에 합격해 서울시 일반행정 7급 공무원이 됐다.
지난 9월부터 서울시청 1층 장애인자립지원과에 출근하기 시작한 그에겐 매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 그의 눈이 돼 주는 안내견 '온유'다. 최 주무관의 사무실 자리 바로 옆에는 온유의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최 주무관은 "나와 온유가 살아가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주고 우리가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서울시와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삶의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좋은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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