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국가기록원 미(未)이관과 관련, 검찰의 참고인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문 의원이 대통령 기록물을 담당하지도 않았고, 이관작업을 직접 실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이미 20여 명을 조사하는 등 사실상 수사가 끝난 상황에서 문 의원을 부르는 것은 공개적인 망신주기이자 국면 전환용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혐의도 제시하지 않은 채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문 의원을 부르는 것은 과도하다는 항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 의원이 지난 6월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 때 원본 조작 가능성, 이명박 정부의 삭제 의혹을 제기해 사안을 키웠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대화록 실종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본다.
문 의원이 출두하기로 한 이상 그에 상응해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대화록 실종보다 더 중요한 대화록 불법유출 여부와 대선 활용여부를 밝히는 문제다. 대화록 실종 사건은 지난해 10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제기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본질은 NLL 포기발언 여부였고, 대선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권영세 종합상황실장(현 주중대사)이 유세나 당 회의에서 이를 단정적으로 언급, 선거전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후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로 노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NLL 포기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새누리당 핵심인사들이 어떤 근거로 대화록 내용을 언급했으며 어떻게 확보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국정원의 조력은 없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대목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김 의원과 권 대사, 정 의원을 조사해야 하며 남재준 국정원장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였던 야당 정치인을 소환해 대화록 실종은 철저히 파헤치면서 대화록 불법유출과 국정원의 대선개입엔 눈을 감는다면, 검찰은 여전히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조롱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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