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산 속에서 길을 잃은 치매 노인이 연 인원 700여명이 동원된 경찰과 군, 119구조대의 합동수색으로 사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파킨슨성 치매 환자 황모(82)씨가 가족에게 말도 없이 집을 나간 것은 지난 1일 오전 5시. 이날 정오쯤 며느리의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황씨 주소지인 서울 노원경찰서 상계1 파출소에 지원을 요청했다. 파출소장 이필우 경감(57)은 인근 폐쇄회로(CC)TV로 황씨가 집을 나가는 모습을 확인했으나 목적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경찰과 가족이 수 차례 휴대폰 통화를 시도한 지 6시간 만에 황씨와 연결이 됐다. 그러나 단서는 “주변에 나무가 있다”는 말뿐이었다. 직후 황씨의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돼 위치 추적도 되지 않았다.
경찰은 “평소 집 근처 수락산으로 산책을 자주 나갔다”는 가족의 말을 토대로 산악 수색을 결정했다. 수색에는 노원경찰서 경찰 160여명,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군인 40여명, 노원소방서 구조대와 서울소방본부 특수구조대 40여명, 소방견 4마리가 동원됐다. 이들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황씨 집 쪽으로 뻗은 산기슭을 이 잡듯 뒤졌다.
이 경감은 3일 오전 6시 등산객들에게 황씨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배포하던 중 “1일 오전 비슷한 노인을 수락산 염불사 근처에서 봤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수색대는 염불사를 중심으로 저인망식 수색에 나서 이날 오전 9시쯤 황씨를 구조했다.
발견 당시 황씨는 염불사 북쪽 능선의 인적 드문 등산로에서 서쪽으로 20여m 벗어난 숲 속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황씨는 집을 나간 뒤 52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했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감은 “수색 이튿날인 2일 오전에 비가 오고 기온까지 내려가 황씨의 건강이 가장 걱정이었다”며 “경찰과 119구조대, 군의 긴밀한 협조로 구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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