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 쾌거다."
미야기, 후쿠시마, 이와테 등 도호쿠 대지진 피해지역을 연고로 하는 일본 프로야구팀 라쿠텐 이글스가 3일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꺾고 4승3패로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자 일본 열도가 감동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라쿠텐 이글스는 프로야구 연고팀이 없던 도호쿠 지역을 기반으로 2005년 창단한 뒤 꼴찌만 세차례 차지하는 등 만년 하위팀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가 홈구장을 덮쳐 그 해 리그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까지 놓였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어려울수록 의지할 팀이 필요하다며 무한 신뢰를 보였다. 선수들은 타구단 경기장을 빌려 연습했고 구단은 복구를 서둘러 4월 29일 개막전을 할 수 있었다. 폐허 속에서 복구가 한창이던 가운데 열린 이날의 개막경기는 쓰나미 부흥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잇따른 여진과 방사능 공포로 경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고 팀은 2011, 2012년 시즌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래도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뒤 피해 지역 학교를 돌아다니며 어린이 야구교실을 여는 등 주민들을 격려했다.
올해는 확실히 달랐다. 팀의 에이스인 다나카 마사히로의 24승 무패 기록에 힘입어 시즌 내내 리그 선두를 달렸다. 지역 주민들은 라쿠텐을 보면서 "우리도 일어설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도호쿠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올해 라쿠텐에 입단한 투수 사이토 다카시의 감회도 새롭다. 그는 "대지진 당시 고교 야구부 동창생의 집에 침수하는 등 고향이 큰 피해를 입어 귀국을 심각하게 고민했었다"며 "하지만 친구들이 '우리는 괜찮으니 미국에서 야구에 전념해달라'고 말렸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라쿠텐의 우승은 팀과 주민이 서로 격려하면서 일궈낸 드라마"라고 치켜세웠다.
라쿠텐의 우승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 도호쿠 지역 백화점이 4일부터 일제히 라쿠텐 우승을 기념하는 세일을 시작했고, 구단 모기업인 라쿠텐은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이름을 따 1,001(센이치)가지 품목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할인 판매한다. 호시노 감독과 다나카 선수의 등 번호에서 힌트를 얻은 기획전도 연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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