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한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주인의식을 가진 나라로서 관련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최근 6자회담 관련국 사이에 외교적 협의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주인의식'을 언급했다.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 본부장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논의에서 최대 당사국인 한국이 제3자로 소외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남북 정상회담 발언을 한 것과 맞물려 적극적인 대북 행보의 의미도 시사한다.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 나온 준비된 발언이란 데 주목하면 주인의식을 갖고 한미협상에 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조 본부장은 이날 핵비확산 시각에서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미국과 다른 한국의 입장도 함께 거론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는 범세계적인 비확산 체제에 가장 중대한 도전을 던지고 있는 문제이나 한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던지는 도전 중의 하나"라며 "그래서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생각이고 국민의 기대"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6자회담이 비핵화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의 판단을 회담 개최 이전에 한국, 미국, 중국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협상에서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조 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조건과 관련한 견해 차를 상당히 좁힌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미국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지난달 29일 미국 측과 협의한 뒤 6자회담 낙관론을 피력했었다. 남북관계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해 6자회담 재개 논의를 본격화할 경우 한국 정부가 기존 입장을 개진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조 본부장의 주인의식 발언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본부장 취임 직후인 7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협상에 임하는 자세로 주인의식을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조 본부장의 발언에 부여된 기대 섞인 평가와 관련해 "워싱턴에 3일이나 머무니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 본부장은 5일에는 한미, 6일에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갖고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논의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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