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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무르시 법정에… 경찰 2만명 인간방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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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무르시 법정에… 경찰 2만명 인간방패로

입력
2013.11.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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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동부 외곽의 경찰학교에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이른 새벽부터 경찰 2만 명과 장갑차 수 십대가 주변을 철저히 에워쌌고 이곳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폐쇄됐다. 이 경찰학교는 2011년 축출된 독재자 호시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았던 곳이다.

오전 8시쯤, 경찰학교에 헬기 한대가 착륙했다. 7월 3일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사진) 전 이집트 대통령이 구금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대통령궁 앞에서 무르시 지지ㆍ반대파가 충돌해 최소 10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살인과 폭력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에 앞서 공개된 동영상에서 푸른색 운동복을 입은 무르시는 "나는 집회 참가자를 살해한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무르시를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의 전 고위 관계자 14명도 법정에 함께 출석했다.

무르시 재판장소도 재판 하루 전인 3일 카이로 남부인 마아디 토라 경찰기관에서 이 곳 경찰학교로 급히 변경됐다. 무슬림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파가 재판 당일 군부의 쿠데타를 비난하고 무르시의 복권을 촉구하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예고하자 경비가 삼엄한 이 곳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보안당국 관계자는 "경찰은 무르시 지지자들의 법정으로의 행진이나 반군시위 등 어떠한 돌발적 폭력사태에도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강경진압 가능성도 시사했다. 무르시가 소속된 자유정의당 측은 이집트 당국이 재판 당일의 혼란을 틈타 무르시를 암살하고 그 책임을 반(反)정부 집회에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8월 14일 무르시 지지 집회에서 참가자 1,000명 이상이 숨진 대규모 유혈사태의 영향 때문인지, 카이로에 사는 1,800만명 시민들은 이날 대부분 집에 머물러 도심교통이 한산했을 정도였고 일부 사립학교에선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무바르크 때와 달리, 무르시 재판은 TV로 생중계되지 않은데다 구체적인 재판절차 등도 공개되지 않았다. AP통신, AFP통신 등은 "무르시가 유죄를 선고 받으면 사형이나 종신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무르시 재판 하루 전 예정에 없이 이집트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 등과 만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부의 탄압은 부적절하다. 무슬림형제단과 다른 세력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집트 과도정부는 이번 달로 끝나는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예정대로라면 이집트 비상사태는 14일 끝나야 한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지난 8월 무르시 지지자와 군경이 충돌한 이후 한 달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이후 두 달 동안 비상사태를 연장한 바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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