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구 일부 단지에 몰아친 분양광풍은 외지 투기꾼들의 농간이었음이 검찰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투기꾼들은 순위가 빠른 수도권지역 청약통장을 매입, 명의자를 대구로 위장전입시킨 뒤 당첨되면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전매하고 빠지는 수법으로 거액의 차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지난 봄 지역 3개 단지에서 실시된 아파트분양에서 위장전입으로 분양권을 부정취득한 뒤 전매한 혐의(주민등록법위반, 주택법위반 등)로 브로커 등 26명을 적발해 이 중 7명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또 달아난 브로커 6명은 기소중지하고 혐의가 약한 사람들은 약식기소하거나 기소유예했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A씨(50ㆍ무직)씨는 지난 4, 5월에 분양한 수성구 수성1가 수성롯데캐슬더퍼스트와 범어3동 e-편한세상범어, 시지동 시지한신휴플러스에서 당첨가능성이 높은 수도권 청약통장을 매입, 위장전입하는 방법으로 당첨된 뒤 웃돈을 받고 팔아 넘겼다.
검찰조사 결과 브로커 중에는 평택 광주 마산 당진 대구 천안 등 전국적으로 120여 차례나 주민등록을 옮겨 다닌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는 전체 2,331가구 중 6월 말까지 전매된 가구만 1,061가구로 45.5%에 달했다. 또 위장전입으로 분양권을 당첨 받은 가구만 400여가구나 됐다.
브로커들은 대개 청약통장을 300만~500만원에 매입, 당점된 뒤 전용 84㎡ 전후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의 경우 단지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을 받고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1가구당 100만~250만원으로 구청에 신고했으나 다운계약서 작성 여부는 확인하지 못하는 수사상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모(43ㆍ수성구 범어동)씨는 “모델하우스 앞에 가는 도중 몇 분 사이에 ‘500만원 줄 테니 통장을 팔라’는 소리만 5번 넘게 들었다”며 “통장 값만 500만인데 프리미엄이 250만이라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말했다.
외지 투기꾼들의 개입으로 대부분 대구지역에 사는 실수요자들은 그 만큼 웃돈을 주고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3개 단지 중 일부에서는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과 달리 최근까지 ‘잔여세대 분양’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붙기도 해 주택분양시장을 극도로 왜곡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들의 농간은 결국 지역 실수요자들의 피해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프리미엄 축소신고로 조세포탈을 야기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대단위 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는 만큼 아파트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서민생활침해사범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또 “브로커들은 동일 다세대주택이나 모텔, 심지어 상가건물로 중복 전입했지만 특별한 확인절차 없이 인터넷으로 접수ㆍ처리되는 문제점을 발견해 대구시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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