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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 아이들 찾아가는 도서관

입력
2013.11.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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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다시 만난 세상, 이젠 외롭지 않아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화동 구립신당도서관의 한 강의실. 수업에 참여한 10명의 아이들로 강의실이 떠들썩하다.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고 싶은 사람 손 한 번 들어볼까요?"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의 손들기 경쟁이 시작됐다. 팔을 좌우로 흔들어대는 아이부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아이까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의자 위까지 올라가 손을 번쩍 들었던 이준호(8세ㆍ가명)군이 책을 읽게 됐다. 아이들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올해 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대부분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아 가족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던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지역 내 한부모ㆍ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이군 역시 4년 전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사고의 충격 탓인지 이군은 아버지를 잃은 후부터 자폐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이군을 바보라고 놀리며 따돌렸다. 이군은 수업에는 관심 없는 산만한 아이였다. 이런 이군이 5개월 전부터 도서관의 특별한 수업에 참여하면서 달라졌다. 자폐증상도 많이 좋아졌다. 수업은 이군을 비롯한 9명의 아이들을 밝게 변화시켰다.

수업은 아이들이 직접 책의 등장인물이 돼 '나'를 표현하거나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감정표현을 하도록 했다. 평소 자기 표현에 서툰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

이 특별한 수업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주최하는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프로그램이다. 지역 도서관의 사서와 독서 강사들이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국공립어린이집,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직접 찾아가 아이들의 독서습관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7년째를 맞는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베트남인 어머니를 둔 김민석, 민형(이상 가명) 여덟 살 쌍둥이 형제는 "수업이 끝날 때가 가장 아쉽다"며 "요즘엔 게임보다 책 읽는 게 더 재밌다"고 웃어 보였다. 한 지역 아동센터 교사는 "센터에 비치된 기증도서들은 오래돼 아이들이 흥미를 갖지 못했는데 도서관에선 아이들이 연령에 맞는 다양한 책을 접하다 보니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서희송 사업담당자는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정서장애를 극복하고 감정표현ㆍ억제 방법을 배우며 한글도 깨치고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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