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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정보 다루는 공공 SI사업까지 HP·IBM 등이 도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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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정보 다루는 공공 SI사업까지 HP·IBM 등이 도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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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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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진입을 막으려다 외국계 기업에 고스란히 시장을 내주게 되는 상황이 '골목'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만을 겨냥한 신규규제는 계속되고, 관련 입법들도 국회에 속속 제출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 그런 현상이 두드러져 업계에선 "외국기업만 배를 불리는 게 창조경제냐"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 손에 넘어가는 SI시장

정부가 올해 초부터 소프트웨어 기업보호를 위해 삼성SDS 같은 재벌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공공사업 참여를 금지시킨 결과, 상당수 물량이 외국기업으로 넘어갔다. 여기엔 IBM HP 등 글로벌 대형기업들도 있고, 또 이름은 한국기업이면서 규모는 중견ㆍ중소기업임에도 실상은 외국기업인 경우도 많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중국계인 글로리초이스 차이나와 미국계 AT커니코리아가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기업이다. 쌍용정보통신도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최대 주주인 쌍용양회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은 삼성 LG SK 등 대기업 SI업체들이 봉쇄된 사이 한국고용정보원 차세대 고용보험시스템 구축(150억원)사업을 비롯해 한국장학재단, 국가외교통상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사업을 따냈다.

민감한 정보를 가진 공공IT사업의 경우 자칫 기밀유출이나 사이버 보안 등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력의 IT 인프라를 전담해온 한전KDN측은 "중소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이 전력SI 사업에 뛰어들 경우 전력 안정성 문제와 해킹, 정보보안 등의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흔들리는 IT 1위 위상

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등 대형 포털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로 규정, 독과점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또 공정위는 국내 포털3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조만간 포털에 대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최강이자, 국내에서도 영향력 큰 구글은 제외됐다. 외국기업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박근혜정부가 육성을 약속한 대표적 콘텐츠산업. 하지만 중독 등 사회문제로 이중삼중 규제가 가해지면서, 안방시장마저 외국게임업체들에게 내줄 처지가 됐다. 2011년 실시된 셧다운제(청소년들의 심야 온라인게임 접속차단)를 비롯해, 연초에 발의된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법'과 '인터넷게임 중독 치유지원법' 에는 매출액의 1~6%까지 게임중독치유 기금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또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에는 인터넷게임이 마약·도박·술과 함께 4대 중독물로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등 각종 청소년 규제가 주민번호 기반이기 때문에 해외서비스는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이런 규제들로 인해 국내 게임사들은 더 이상 투자와 고용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결국 외국 게임사만 날개를 달아주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 내주는 유통ㆍ광고 업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국내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신규출점, 휴일영업 등 강한 제한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라이얼마트, 바로마트 등 일본계 SSM들은 이런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트라이얼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트라이얼코리아의 본사는 일본에서 약 3조67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규모 유통ㆍ물류업체이다. 바로마트를 운영중인 바로 본사도 매출액이 4조7,000억원이 넘는 큰 회사이다. 대체 누가 진짜 대기업인가"라고 반문했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대기업들이 같은 계열 광고회사에 광고를 맡기지 못하는 사이에 외국계 광고회사가 승승장구했다. 미국계 종합 광고대행사인 TBWA가 최근 들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삼성화재 삼성생명 현대카드 등 주요 광고를 싹쓸이했고, 미국계 광고회사인 오길비앤매더가 인수한 금강오길비는 최근 SK에너지가 재가한 TV광고의 대행사로 선정됐다.

중소면세점 보호를 위한 관세법에 따라 김해공항 면세점사업자 선정에 롯데, 신라호텔, 신세계 등 대기업 계열을 제한한 결과, 세계 2위 면세점 기업인 듀프리의 관계사(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낙찰됐다.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지난 8월 자본금 1,000만 원으로 한국에 법인을 만든 뒤 중견기업 자격을 인정받아 3차례나 유찰된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7개 지방공항은 3년 내 모두 면세점 계약을 종료하고 새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 지금 대로라면 외국계 면세점들만 판을 펼쳐준 격"이라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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