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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롯데 승진고시… 삼수생 김대리 바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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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롯데 승진고시… 삼수생 김대리 바짝 긴장

입력
2013.11.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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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는 수학능력시험장 같았습니다. 아침부터 2,500여명의 수험생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각 교실에서 긴장 속에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수험생들은 모두 30대 직장인들이었습니다. 바로 롯데그룹 간부승진 자격시험 응시자들이었던 것이죠. 과장을 달기 위해 롯데 계열사에 다니는 김 대리, 이 대리가 모두 모였습니다.

사실 요즘 대기업 가운데 이런 집단 필기시험을 치르는 곳은 없습니다. 롯데그룹만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승진절차의 하나로 필기시험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요.

롯데의 승진시험은 어렵기도로 유명합니다. 공식적으로 합격률을 밝히지 않을 만큼 재수생, 삼수생도 많다는 후문입니다.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만년 대리'로 남아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들은 시험 직전 일주일 가량 연차휴가를 쓰고 시험공부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과목은 ▲조직행동론 ▲회계 ▲경영전략 ▲롯데의 핵심가치 4과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유형은 단답형, 서술형 등 다양한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지 못하면 불합격입니다. 이날도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시험장에는 그룹 수뇌부도 총출동합니다. 이날도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등 주요 CEO들이 나와 후배들을 격려했습니다.

응원전도 볼거리입니다. 수험장 입구에선 회사후배들이 나와 시험 보러 들어가는 선배들을 붙잡고 원두커피, 오뎅 등 먹거리를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대리 그만, 이제 과장", "승진자격시험 전원합격, 롯데슈퍼가 할게요. 느낌아니까~", "떨어지면 피곤하니까 꼭 붙는 것으로"등 웃음을 자아내는 피켓 문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계열사별 경쟁도 치열해서 롯데햄은 캐릭터 인형을 덮어쓰고 응원하는 열정까지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필기시험을 고집할까. 회사 관계자는 "간부가 되려면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기본지식은 갖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평가방법이 있을 텐데 승진필기고사를 고수하는 것이 좀 '올드'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기업이 다 똑같을 필요는 없겠죠. 이것도 기업특유의 전통이라면 나름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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