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쪽에서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10월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7.3% 증가한 505억1,100만 달러를 기록해 월 단위로는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경상수지도 지난달 65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 2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경상흑자 예상치를 기존 530억 달러에서 최근 630억 달러로 수정하면서 600억 달러를 가까스로 넘기는데 그칠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우리의 경상흑자 폭이 일본을 추월한다면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경제규모는 우리의 6배에 달하며, 경상흑자 규모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593억6,000만 달러로 한국(32억 달러)의 50배에 달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3분기 들어 전년 대비 3%대를 넘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최근 지수 2,100선을 향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증시의 강세 분위기 등을 타고 경기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애써 낙관하기엔 아직 섣부른 게 사실이다. 경상흑자 일본 추월만 해도 그렇다. 일본의 경상흑자는 2007년과 2010년만 해도 각각 2,104억 달러, 2,039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막대했다. 그게 최근 글로벌 불황과 엔화 하락의 여파 등으로 달러 기준 경상흑자 액수가 격감했을 뿐이다. 우리 경상흑자의 성격 역시 지난달만 빼곤 아직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수입 정체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불황형 흑자’ 가능성이 짙다.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가치를 둘러싼 국제통화 갈등으로 이어져 수출 회복에 오히려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원화의 저평가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시비를 건 최근 미국 재무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움직임은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양적완화가 종료되면 외국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과, 원화가치 급변동이 야기돼 경제 전체가 흔들릴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일시적 경상흑자에 공연히 취할 게 아니라 다가오는 위험에 냉정히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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