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를 대상으로 한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국감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새로 드러난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 등 성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온통 정치 쟁점에만 관심이 쏠리다 보니 정작 정책 국감은 뒷전으로 밀렸고 여야의 설전과 중단사태, 기관의 부실자료 제출과 증인들의 부실 답변 등 구태는 여전했다.
▦곳곳에서 파행 거듭
지난달 3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창위)에서는 이동통신비 원가공개 반대 소송과 관련, “새누리당과 정부가 짜고…”라는 민주당 유성엽의원의 발언에 “사과하지 않으면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자정 넘어서까지 감정 섞인 설전이 이어졌다. 같은 달 30일 교문위 국감은 역사 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서남수 교육부장관 책임론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다음날 새벽 3시에야 끝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손 팻말까지 들고 나왔다. 이러한 파행 국감은 기초연금 등 여야 대립이 첨예한 상임위 곳곳에서 벌어졌다.
의원들은 물론이고 증인들까지 국회 권위를 무시한 막말과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시절 민주당 규탄 성명에 서명을 했다는 지적에 “아, 나 미치겠네”라고 답해 지적을 받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송전선로 지하화 등 공약 미이행에 대해 “에이, 공약은 했지만…”이라며 눙치다 질타를 받았다.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한 의원의 질문에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해 한 소리를 들었다.
▦양만 늘린 국감
국감 대상만 역대 최대규모인 628개 기관이 선정됐다. 또 기관 증인인 공무원을 제외한 일반 증인만 258명, 기업ㆍ경제계 증인도 193명에 달했다. 지난해(224명, 164명) 보다 17.6%나 늘었다. 그러다 보니 증인 채택 과정에서 여야의 정치 셈법에 따라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증인이 채택돼도 정작 질의ㆍ답변은 시간과 내용면에서 부실했고 자리만 지키다 떠난 증인도 속출했다. 지난달 15일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사장 등 19명의 기업인들이 하루 종일 기다리다 한마디만 답변하거나 그냥 돌아갔다. 기재위는 지난달 23일 4대강 사업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해 국감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무더기 기업인 증인 채택은 ‘기업 감사’ 논란을 불렀다. 동양그룹 사태 등 경제 이슈를 감안하더라도 200명에 달하는 민간 기업인들을 국감장으로 부른 것은 ‘망신주기 국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국감 개선론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국민의 짜증을 부르는 부실 국감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짐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상시국감, 국감 방해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등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략적인 여야의 입장 차가 큰 탓인지 개선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믿는 의원들은 없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 준비 부족, 국감필요성 인식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준비없는 상시국감은 문제만 상시화될 뿐”이라며 “전문성 있는 인물 활용(보좌관 풀제), 피감 기관 상시 감시 등 제도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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