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이 가시화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을 자문해주는 교수, 전문가 그룹이 신당의 미래 비전과 핵심 정책을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고 널리 사람을 모으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 창당준비위가 발족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창준위 등록, 시도당 창당은 한 달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시점이 유동적일 뿐이지 창당은 예정돼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신당이 예고대로 출현한다면 내년 지방선거 구도는 격변을 맞게 된다. 당장 민주당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지지세력 이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호남에서 신당과 격전을 치러야 하고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금처럼 노선 갈등과 계파 나눠먹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신당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일단 야권 표 분산이라는 이득을 얻을 수 있어 느긋한 표정이다. 하지만 신당 바람이 불거나 지방선거 직전 야권 연대가 이루어질 경우 국정원 댓글 사건을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 여권의 오만, 복지공약 후퇴와 국민통합 노력 실종, 과거회귀적 인사 등에 염증을 느낀 민심이 크게 움직일 수도 있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신당은 일단 야권 지지세력의 분화를 촉발시켜 여권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안 의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창당의 명분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항간에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3대 불가사의로 김정은,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를 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안 의원의 비전은 제목만 있고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그 주변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들어가지 못한 2류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제대로 된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전문성과 소명의식을 갖춘 인재들이 모인다면 신당은 대립과 갈등, 지역주의에 찌들은 양당 정치에 경종을 울리고 쇄신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신당은 국민들만 헛갈리게 한 공허한 바람일 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