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를 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는데 이제 곧 대학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7일 치러지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중 최고령인 이선례(77ㆍ사진)씨.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성악가의 꿈은커녕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이씨는 희수(喜壽)의 나이에 만학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가세가 갑자기 기울어 초등학교 졸업 후 친척집을 전전하느라 제때 공부를 할 수 없었어요." 1955년 경찰인 남편을 만나 1남3녀를 두고 살면서도 이씨는 공부의 한을 마음 한 켠에 묻었다. 70년대 초 남편이 세상을 등진 후에는 택시기사, 산후조리사 등 생계를 책임지느라 스스로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환갑을 목전에 둔 95년이 돼서야 이씨는 묻었던 꿈을 들춰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일성여자중ㆍ고에 대해 듣고 용기를 냈지요." 이 학교에 입학해 졸업했지만 당시 학력인정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정식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10년이 더 지난 2009년 그는 '일성여사중ㆍ고가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가 되면서 중ㆍ고교 학력을 취득할 수 있으니 학교에 다녀보라'는 지인과 교사의 권유에 일성여자중ㆍ고에 다시 등록했다.
올해 3학년인 이씨는 "공부한 만큼 최선을 다해 수능을 치르겠다"며 "수학은 용어가 너무 어려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국사와 한문은 자신 있다"고 미소지었다. 이미 호서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수시 합격한 이씨는 60년 가까이 어린 손자뻘 수험생들에게도 "제때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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