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중에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일요일'이라는 단편이 있다. 일주일에 일요일이 세 번이라. 제목이 무척 마음을 끌었다. 막상 소설 속의 이야기는 싱거운 수수께끼처럼 풀려버려 좀 실망했었지만, 어쨌건 일요일이 되면 가끔 이 제목이 떠오르곤 한다. 또 생각이 꼬리를 물어 '월화수목금금금' 하던 한때의 유행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주말도 없이 피터지게 일한다는 뜻으로 돌던 말이었는데, 내게는 말 그대로 '일주일에 세 번 있는 금요일'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 주가 시작되지 않을 것 같은 가득한 금요일. 금금금, 노동하기보다는, 금금금, 휴식하기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아늑한 금요일.
세 번 겹치는 일요일, 세 번 겹치는 금요일. 이런 날들을 상상하다 보면 이번에는 이 빠진 것처럼 쑥 사라진 요일이나 우리 모르게 숨어있는 요일은 없는 걸까 하는 맹랑한 의심이 솟기도 한다. 가령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에, 어떤 다른 요일이 있는 건 아닐까. 요일의 이름들을 새겨 봐도 그렇다. 달(月). 불(火). 물(水). 나무(木). 쇠(金). 흙(土). 해(日). 세상을 이루는 기본 요소들이다. 다만 하나가 빠져 있다. 바람 말이다. 그러니 '풍요일' 같은 것도 어딘가에는 있어야만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오늘의 바람이 한결 눈과 귀와 살갗에 새삼스럽다. 오늘은 사실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에 부는 바람의 요일, '풍요일'일지도 모른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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