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전후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금융중심지 월가를 알기 위한 인재 키우기 바람이 불었다. 세계 최다인 3조7,0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중국이 월가 업체들과 계약할 때 중국인 고용을 요구하면서 월가에 중국인이 갑자기 불어나자 한국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현지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했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월가의 아시아계 특별채용 의혹 조사에 착수해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자산 규모로 미국 최대 금융기업인 JP모건체이스(JP모건)가 특정 국가의 고위층 자녀를 특별 채용한 의혹에 대한 당국 조사가 중국에서 한국, 싱가포르, 인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JP모건이 SEC에 제출한 자료와 이 사건 보고를 받은 인사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아직은 조사 초기 단계이며 본격 수사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SEC는 JP모건이 2006년부터 중국 고위층 친지와 가족을 위한 특별채용 프로그램인 '아들과 딸들'을 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조사에 나선 바 있다. JP모건은 중국 광다그룹 회장의 아들을 채용한 뒤 광다은행의 상장자문 계약 등을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당국은 이번 아시아권 조사에서 JP모건이 연줄을 중시하는 아시아 상대국 인사의 자녀를 채용하고 이권 계약을 따냈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관계자 전언 외에 JP모건과 한국 정부ㆍ기업의 자세한 계약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등 한국 진출에 적극적인 JP모건의 의혹이 공개되면 파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당국의 이번 조사는 JP모건의 모기지 불법 판매 사건의 후속 조사 성격이 짙지만 중국이 외국계 기업의 뇌물 관행에 칼을 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외국 기업의 뇌물 수수를 수사하지 않던 중국이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공격적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달 중국 내 매출이 60%나 감소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사가 중국의 외국계 기업 조사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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