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곰'들이 2013 가을 야구를 감동적으로 끝냈다. 니퍼트의 부상, 홍상삼의 부진, 이용찬의 복귀 지연 등으로 올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LG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 잇달아 혈투를 벌였다. 또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만들어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서다 5~7차전을 연거푸 뺏긴 아쉬움은 잊혀지지 않지만, 수 많은 팬들과 야구인들은 혼연일체 된 두산 야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애초 두산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불펜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점, 팀 승리를 지켜낼 마지막 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약점은 "준플레이오프도 통과하기 힘들 것이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에이스 니퍼트의 몸 상태가 늘 변수였다. 전반기 16경기(10승4패)에 출전한 니퍼트는 어깨와 목 근육통으로 후반기에는 고작 3경기(2승)에 등판하는 데 그쳤다. 상대 팀에선 "한 창 좋았을 때의 팔 스윙과 많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하지만 두산은 기적을 썼다.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준플레이오프, '잠실 라이벌'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다. 가을 야구의 최종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명타자 홍성흔, 3루수 이원석, 2루수 오재원이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주전 못지 않은 1.5군의 활약으로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마운드 역시 총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왼손 유희관, 오른손 윤명준, 사이드암 오현택 등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펼치는 소통의 야구도 '가을 드라마'의 원동력이었다. 김 감독은 평소 끊임없이 선수들과 대화하고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단점 보다는 장점을 부각시켜 그라운드 안에서 모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2군 코치 시절, 투수들에게 '아버지'라고 불리던 김 감독이다.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의견을 나눠 선수단에 인기가 많았던 '힐링 전도사'였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도 김 감독표 소통의 야구는 적중했다. 3차례의 시리즈 중 가장 힘들었던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김 감독은 구원 홍상삼이 극도로 긴장하자 감독실로 따로 불러 다독였다. "편하게 해라. 네 공만 던지면 칠 수 있는 타자는 없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홍상삼은 "감독님께 그 말을 듣고 책임감이 더 생겼다. 맞더라도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졌다"고 회상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 선수의 실수를 언급하지 않는 것도 김 감독의 장점이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에서 단 한 차례도 선수의 실수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시리즈 7차전이 끝난 뒤 "패배는 감독의 책임이다. 우리 선수들은 모두 칭찬받아야 하고 누구 한 명도 패자가 없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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