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를 전망이다.
3일 한국은행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 경상흑자는 총 422억2,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폭(415억3,000만달러) 보다 7억달러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이 일본보다 많은 경상흑자를 거둔 것은 통계가 존재하는 198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도 한국이 630억달러(한은 전망)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여, 601억달러(일본총합연구소)의 일본보다 앞서 있어 첫 역전현상은 기정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국은 9월까지 20개월 연속 경상흑자를 이어가고 있고, 수입은 작년보다 0.9%포인트 줄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전망인 반면 일본은 에너지 수입이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있어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된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일본과 경제규모 차이(2012년 국내총생산 기준 일본이 한국에 6배 앞서)로 인해 그 동안 비교대상이 못됐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는 일본(1,593억6,000만달러)이 한국(32억달러)의 50배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1년 일본이 도호쿠(東北) 대지진을 겪으면서 에너지 수입이 대폭 늘어난데다, 전기전자 기업들이 몰락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반 토막이 난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말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들어선 후 엔화 가치가 40%가량 절하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양국의 경상흑자 역전은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펼치면 잠시 경상수지가 악화했다가 일정기간 뒤 수출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한국 경상수지는 불경기로 인한 수입감소까지 더하면서, 엔저로 경상수지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일본을 처음으로 앞서게 될 전망”이라며 “한국 수출품목이 경쟁력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매년 1,00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는 일본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만큼 제이커브 효과(환율이 평가절하되면 3~6개월 동안 수출이 일단 감소하다가 증가)가 본격화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일본이 다시 앞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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