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실세들민간단체에 자기 사람 심으려조총련 건물 매입 작업 망쳐
한국-북한-일본 치열한 3파전속최고 가격 몽골 '아바르 컴퍼니''페이퍼 컴퍼니' 의혹 낙찰 유보
재경매에 부쳐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도쿄 중앙본부 건물 및 토지가 지난달 17일 몽골의 한 법인에 낙찰되면서 여러 분석과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근혜정부 핵심실세들이 민간차원의 건물 매입 노력을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원로그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에서는 "권력에만 눈 먼 정권실세들이 민족적 사명과 역사를 외면한 것"이라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당초 조총련의 총 본산이었던 중앙본부 건물이 경매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정부는 건물의 매입이 대북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있고 북한 문제에 민감한 일본과 외교적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점 등을 들어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었다.
반면 일부 뜻있는 민간단체와 해외교포 등은 "우리가 역사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며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민간차원에서 힘을 모아 건물매입이 가능한지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몇몇 민간단체도 여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다방면의 지원 등을 타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상당한 힘이 모였고 건물 매입을 위한 자금도 확보가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 핵심실세들이 걸림돌이 됐다. 실세들이 건물 매입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는 민간단체들을 혼란에 빠뜨려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실세들이 중요한 순간임에도 아랑곳 않고 이들 민간단체를 손 댄 이유는 단지 이 단체들의 핵심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서였다.
건물 매입 미스터리, 정부는?
아사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10월 17일 조총련 본부 건물 토지에 대한 재입찰 결과, 전체 2명의 입찰자 가운데 '아바르 리미티드 라이어빌리티 컴퍼니(Avar Limited Liability Company)'가 최고 가격을 써내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일본 법원은 낙찰을 보류한 상태다. 몽골 회사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건물 매입과 관련, 최근 석연치 않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건물을 낙찰받은 몽골의 법인 기업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란 주장이 제기됐다.
건물 낙찰 직후인 지난달 18일 교도통신은 전날 조총련 본부를 낙찰받은 '아바르 리미티드 라이어빌리티 컴퍼니(Avar Limited Liability Company)'가 등기 정보에 기재된 주소에 실존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시에 등록한 등기 서류에는 소재지가 시내 칭겔테구 모처로 기록돼 있으나 이 주소는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란바토르 시 당국자도 해당 주소에 대해 "실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울란바토르 현지의 한 몽일관계 소식통은 "아바르 컴퍼니란 회사에 대해 여러군데 문의했으나, 누구하나 이 회사의 이름을 들어봤다는 이가 없다"며 "50억엔이나 되는 낙찰 대금을 지불할 만한 규모의 회사라면 몽골에서 이름이 꽤 알려져 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통신이 확인한 이 회사의 등기 정보에는 지난 1월 18일 등기내용을 갱신한 전력이 있으며 업무 내용은 '비즈니스 컨설턴트'라고만 기재돼 있다. 또 자본금은 단위 없이 숫자로만 '1,000'이라고 적혀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과 몽골의 은밀한 밀담을 나눈 사실이 있고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일본 사이에 숙제가 있는 점 등을 들어 북한, 일본, 몽골 3국간의 비밀 협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과 일본은 2007년 9월과 2012년 11월 울란바토르에서 정부 간 교섭을 갖기도 했다. 또 오래 전부터 우호관계를 구축해온 북한과 몽골은 올해로 수교 65주년을 맞이했다. 일본은 지난 3월 아베 신조 총리가 몽골을 방문하는 등 현 정권 들어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조총련 건물 매입과 관련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 동포들 사이에서는 이 건물을 반드시 대한민국이 낙찰 매입해 역사교육의 장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지만 현재로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북한과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을 펴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날선 비판을 하기도 한다.
우리 해외 동포들이 국내 민간단체들과 협력해 민간 차원에서 추진해 오던 조총련 건물 매입 작업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면서 현 정권 실세가 사실상 이 건물의 낙찰을 방해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 진영의 한 인사는 "애초 이 건물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일본은 한국이 이 건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철저히 차단 작업을 했다"며 "그러나 堧獵?동포들이 힘을 모아 정부 개입 없이 순수 민간의 힘으로 이 건물을 매입하려 했는데, 권력을 쥔 자들이 모든 것을 다 망쳐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인사에 따르면 해외 동포단체와 국내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자금 마련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으나 청와대의 친박 핵심 실세들이 민간단체에 자기사람 심는 작업 등을 하는 과정에서 계획이 모두 백지화 됐다는 것이다.
친박 실세가 사업 지원 망쳐
또 해외 동포 K씨 등은 정부 관계자 등에게 "일본 조총련 건물을 낙찰 받을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찬밥 대우만 받고 다시 해외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확인결과 친박 실세인 B씨는 모 단체가 해외 동포들의 조총련 건물 매입 작업을 돕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과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단체의 수장을 비롯해 단체 간부들을 자기 인맥을 채우기 위한 작업을 강행했다. 그 결과 이 단체는 건물 낙찰 지원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다.
K씨는 "근현대사에서 민족적으로 이 건물이 가지는 의미는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정부가 나서지 못하면 민간차원에서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일본 북한 등의 방해 공작을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정치싸움과 권력욕 때문에 이 사업을 놓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건물의 낙찰가는 50억 1,000만엔(약 540억원)으로 입찰 하한가 21억 3,400만엔(247억원)의 2배가훌쩍 넘는 금액이다. 약 2390㎡ 면적 토지와 지상 10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 등 전체 매각 대상에 대한 부동산 감정사의 평가금액은 약 26억6,800만엔(약 308억원)이다.
건물 낙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토록 높은 금액을 제시하고라도 건물을 매입하려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물을 낙찰받은 아바르 컴퍼니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법원의 입찰 서류에는 소재지가 몽골로 기재돼있다고 NHK는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도 "몽골 정부와 관련된 펀드 관리 회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아바르 컴퍼니가 조총련의 건물 사용을 허가 하지 않으면 조총련은 건물에서 나가야만 한다.
앞서 이 건물은 지난 3월 1차 경매에서 가고시마(鹿兒島)현의 사찰 사이후쿠지사(最福寺)의 이케구치 에칸(池口惠觀·76) 주지에게 45억1,900만엔(약 498억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최초 낙찰자 이케구치 주지는 건물을 낙찰 받은 뒤 조총련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계속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했으나 낙찰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끝내 입찰이 취소됐다.
이케쿠치 주지는 낙찰금 45억 1,900만엔의 지불을 위해 수차례 일본 내 여러 금융기관에 대출을 신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이후쿠사는 법원에 납부한 보증금 5억3,400만엔을 몰수당한 채 입찰권을 박탈당했고, 건물은 재입찰에 부쳐졌다. 이케구치 주지는 '김일성 관세음보살상'을 만들어 북한에 기증하는 등 북한 고위층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로 그의 작업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조총련 건물은 총련계 조은신용조합이 파산하면서 경매에 넘어갔다. 도쿄 치요다(千代田)구에 위치한 조총련 중앙본부는 사실상 일본의 북한 대사관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조총련 관련 금융기관이 627억엔(약 6906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일본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총련의 지도기관인 북한의 내각 225국(구 대외연락부)이 최근 대남공작부서인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로 편입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자금력이 저하된 조총련이 북한에서 발언력이 저하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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