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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음란해졌다는데…

입력
2013.11.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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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구해요. 생일이 다가와서 축하받고 싶어요."

"서울 사는 16세 남자가 여자친구 만들어요."

카카오톡을 이용한 '사이버 연애'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회원 수 12만여명을 자랑하는 C 인터넷 교제 카페. 이곳에는 이성 친구를 구한다는 구애의 글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온다. 구애 글은 대체로 평범하다. 실제로 한 남회원은 소심하고 마음 여린 여친을 구한다는 글을, 한 여회원은 '빼빼로 데이'를 앞두고 남친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익명성을 전제로 한 교류이기 때문에 카페에 오른 사진이나 자기 소개 글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없다. 실제 교제가 아니기 때문에 교제에 따른 책임감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연애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너도 나도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되면서, 또 채팅 어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급기야는 카카오톡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남녀 사이를 일컫는 '카톡 애인'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C 인터넷 교제 카페에서 회원들이 구하는 이성 친구 역시 대부분 '카톡 애인'이다.

인터넷 교제 카페에 글을 올리는 이들의 상당수는 10대 초ㆍ중반이다. 열서너 살밖에 안 된 회원들이 이성친구를 물색하는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초등생 회원의 글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색적인 점이 더 있다. 성인 대화 사이트 회원이 주로 남성인 데 반해 이 카페에선 여회원들의 활동이 매우 적극적이다. 나이가 지나치게 어리거나 부모의 간섭 등으로 인해 실제 이성친구를 만날 여건이 안 되는 어린 여학생들이 인터넷 교제 사이트에서 '카톡 애인'을 만나며 실제 이성교제에 대한 대리 만족을 하는 셈이다.

'카톡 애인' 범죄화 증가

그렇다면 '카톡 애인'이 되면 남회원과 여회원은 어떤 글을 주고 받는 걸까. 인터넷 교제 카페에 오른 글을 보면 얼추 유추할 수 있다. '나 좀 데려가' '내 남자 해줄 사람' '나도 설레는 연애 하고 싶다고' 등 다소 자극적인 문구의 여회원 글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부 남회원은 이런 글에 댓글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올리며 적극적으로 구애 공세를 펼친다. 이런 구애의 과정을 거쳐 여성의 카톡 아이디를 얻는 데 성공한 남회원의 상당수는 이윽고 본심을 드러낸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성적인 대화나 만남을 시도하는 '늑대'로 변신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교제 카페에선 '변태'(성적인 대화를 주로 나누고자 하는 이들을 일컫는 은어)의 지속적인 문자 폭탄에 시달리다 못한 여회원의 하소연 글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카페 관리자들 역시 심심찮게 올라오는 음란 글 때문에 카페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나이 어린 여학생들이 '늑대'들의 꾀임에 손쉽게 넘어간다는 점이다. 부산 북부경찰은 지난 8월 10대 초반 여학생과 스마트폰으로 음란 메시지를 주고받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A(33)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초등생 B(12)양과 3,000건이 넘는 동영상과 사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광주의 한 모텔에서 B양을 성폭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양은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A씨의 휴대전화로 보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울산지법은 지난 7월 카카오톡 채팅으로 만난 초등생 C(13)양을 성폭행하고 성폭행하는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한 혐의(강간상해죄 등)로 남성 D(22)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10년간 개인정보를 공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D씨는 성폭행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C양을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충남 천안의 한 고교생이 카카오톡으로 만난 중학생과 초등생 여학생 2명을 하루 동안 연달아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E군은 카카오톡으로 알게 된 여중생 F(15)양을 남자화장실로 데려가 성폭행한 지 두 시간 만에 초등생 G(11)양을 한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나이 어린 여학생들을 상대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워낙 음란물이 판치는 세상이라 그런지 요즘 초등생들의 성의식을 엿보면 무서울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생들이 가슴이나 성기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서 돌려보기까지 한다면서 "초등생은 성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대가 아니다. '카톡 애인'들의 나이가 어떻든 간에 그들의 마수가 신체적으론 성숙하고 정신적으론 한없이 미숙한 여학생들에게 뻗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별 맞춤 성교육 필요

경찰청 성폭력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최강현 건강과 성 박물관 관장은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 비싼 수업료를 물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이들의 성의식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며 "자극적인 영상물이나 말초적인 신경을 건드리는 스마트폰 앱을 쉽게 접하게 되면 건전한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내 아이는 아니겠지'라는 방심이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관장은 "결국 대안은 교육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많은 기관에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아이들의 인터넷 접근을 막는 데 치우쳐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최 관장은 "모바일과 인터넷 접근성을 막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할 수도 없을뿐더러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스웨덴의 선진 성교육처럼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구체적인 상황별 맞춤 교육을 실시해 아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예방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조옥희 기자 hermes@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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