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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대형견의 치명적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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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대형견의 치명적 매력

입력
2013.11.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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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개의 조상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먼 옛날 한 마리 늑대가, 어떤 연유인지는 알 길 없으나, 먼저 인간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왔을지 모른다. 아니면 우연히 늑대 새끼를 포획한 인간이 허기를 면하기보다 온기를 더 갈망한 덕택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개가 된 늑대는, 긴 세월 동안 야생의 본능을 힘겹게 눅이며 사냥 목축 경비 탐지 등 다양하고 독보적인 기량으로 인간의 문명에 부역해왔다. 모든 개의 조상은 그래서 대형견이다.

인간의 필요가 다양해지면서 개들도 거기 맞게 개량되고, 또 스스로 진화해왔다. 미국의 세계적 애견협회인 아메리칸켄넬클럽(AKC)이 '토이(Toy)그룹'으로 분류하는 소형견들은 대부분 순수 애완 목적으로 개량된 종들. 토이 종들은 몸집이 작은 만큼 공간적 제약이 적고, 물리적ㆍ경제적 비용도 덜 든다. 한 시장조사 결과, 한국 반려견의 약 81%가 소형견이다.

우리는 대형견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큰 개를 배척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설득해낸 주부, 개와 함께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멀쩡한 생업까지 접고 대형견과의 동고동락을 선택한 사업가…. 척박한 도시 환경과 사회문화적 편견 속에서 대형견과 함께 겪은 사연과 대형견만의 매력, 또 그 매력을 누리기 위해 감당해온 수고들을 들었다.

그들은 30~40kg씩 되는 육중한 생명이 전해주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호의의 감동을 설명하고자 애썼다. 또 모든 생명이 겪어내는 엄숙한 질서와 엄중한 책임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경험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인 듯했다.

유기동물보호소는 그 생명의 질서와 책임이 내팽개쳐진 자리에 서 있다. 그 안에서 대형견은 가장 취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선 사료값 등 비용이 많이 들고, 새 주인을 만날 가능성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말이 '보호'이지 인간이 유기동물을 위해 둘러친 보호의 담장은 사실 아주 허술하고 심지어 기만적이다. 인간에게 배신당한 수많은 유기동물 특히 대형견들은 대개 안락사 당하고, 일부는 투견장이나 식용으로 내던져진다.

또 마지막 순간에 기적처럼 구제된 대형견들이 모여 사는, 경기 고양시의 생명공감보호소 같은 곳도 드물지만 있다. 우리는 그 개들을 돌보며 지내는 봉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과 개들의 사연도 들었다. 저 태고의 인간이 늑대에게 품었던 첫 순정의 흔적을 그렇게나마 찾고 싶었다.

농림수산검역본부 조사에 따르면 유기동물 수는 2003년 2만5,000마리에서 2011년 9만6,268마리로 증가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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