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유치장의 쇠창살이 사라진다. 지난해 9월 특수절도 미수범 최갑복(51)씨가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의 쇠창살 배식구를 통해 탈주한 사건 이후 1년여 만에 나타나는 변화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기 의정부경찰서가 새로운 표준모델을 적용한 유치장 공사에 들어간 데 이어 서울 남대문, 경기 부천ㆍ평택, 충북 영동, 전북 남원, 경남 거창서가 연말 완공을 목표로 이달 중 공사를 시작한다.
경찰청이 최씨 탈주 사건 이후 조현미 부천대 건축과 교수에게 의뢰해 마련한 유치장 새 표준모델은 쇠창살 대신 강화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와 전통 문살무늬 등을 혼합한 10㎜ 두께의 반투명 막으로 유치인을 격리하는 게 특징이다. 출입문 중간에 설치하는 여닫이식 배식구는 최씨가 통과한 배식구(가로 45㎝ㆍ세로 15㎝)보다 작은 가로 30㎝, 세로 13㎝ 크기다. 반투명 막도 공기가 통하도록 천장과 바닥에서 각각 13㎝씩 띄운다.
약 1m 높이의 칸막이만 있어 인권침해 논란을 빚었던 유치실 내 개방형 화장실은 모두 밀폐형으로 바뀐다. 대신 자해 등 사고를 막기 위해 윗부분에 작은 창문을 뚫는다. 유치실마다 에어컨과 통풍기도 설치된다. 표준모델은 장애인과 여성용 1개씩을 포함해 모두 11개 유치실로 구성되며, 유치실 면적은 3인실 기준으로 12㎡, 장애인실은 18㎡다.
경찰청은 올해 7곳을 시작으로 낡은 유치장부터 순차적으로 표준 유치장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유치장 개선공사에는 경찰서당 약 2억원이 투입된다.
신축 경찰서의 경우 표준모델 적용과 함께 유치장을 2층에 두도록 했다. 현재 모든 경찰서 유치장은 외부 눈에 띄기 쉬운 1층에 있어 유치실에 창문이 하나도 없다. 유치장을 2층으로 올리면 도주 방지는 물론 창문도 낼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 유치장 모델은 탈주를 막고 인권을 강화하는 한편, 고질적 문제인 악취를 없애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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