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2011년 잠실구장에서 축배를 들었던 삼성의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3연패는 홈인 대구구장에서 이뤄졌기에 더 신명 났다. 샴페인 세례를 받은 박한이(34)는 이틀 연속 야구장을 찾은 아내 조명진씨를 향해 "사랑한다"고 외쳤다.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을 구해 낸 주인공은 박한이였다. 시리즈 초반 부진과 부상으로 마음 고생을 했던 그는 6차전과 7차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한이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73표 가운데 40표를 얻어 채태인(14표)과 오승환(10표)을 제치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박한이는 1차전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한 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손 중지 부상을 입었다. 2차전에서는 대주자로만 나간 그는 "마음이 아팠다. 2차전까지 내주고 난 뒤 내 자신을 원망했다"고 자책했다.
유독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없던 그에게 다시'악몽'이 떠오르던 1, 2차전이었다. 팀이 우승한 2011년엔 타율 0, 지난해에도 2할2푼2리에 그치며 우승 주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이번엔 부상 중에도 박한이는 "아파도 나간다"며 출전을 강행했다. 그리고 팀이 1승3패로 몰렸던 5차전부터 팀의 대역전극에 앞장섰다. 5차전에서 5-5로 맞선 8회 1사 1ㆍ2루에서 2타점 결승타를 때렸고, 6차전에선 1-2로 뒤진 6회 선두타자로 나가 채태인의 결승 홈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7회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때렸다.
이날도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박한이는 1-2로 뒤진 5회 선두타자로 나가 좌전안타로 출루하며 동점 득점을 올렸다. 6회엔 더 값진 한 방을 터뜨렸다. 9번 정병곤이 안타로 출루한 뒤 1번 배영섭의 스리번트 실패로 공격의 흐름이 끊길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한이는 두산의 두 번째 투수 핸킨스를 좌중간 2루타로 두들겨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5타수 3안타 3득점. 한국시리즈 7경기에서 24타수7안타(0.292)에 1홈런, 타점과 득점은 각각 6개씩 올리며 초반 잠자던 타선을 깨웠다. 보유하고 있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 득점(33개), 최다 안타(48개) 기록을 늘리며 지난 2년 간 가을의 부진을 씻고 한국시리즈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부상으로 3,500만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K7을 받은 박한이는 "힘든 경기를 치러서 여기까지 왔는데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통합 3연패를 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박한이는 6차전에서 홈런을 때린 뒤 관중석의 아내를 향해 키스 세리머니를 날렸고, 이날도 안타로 출루할 때마다 아내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그 동안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했다. 특히 고생한 아내에게 가장 미안했다"며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구=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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