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근의 'JAZZ'우리 재즈 1세대의 정점 보여줘민요·영화음악 등 한국적 재해석해피돌스 '쇼 앨범 넘버 원'5인조 여성밴드… 북미지역서 활동캐나다 역대 앨범 베스트 1000 선정손인호 '가요힛트앨범''남행열차' 등 전후 한국인 달래줘당시 녹음 그대로… 음악사적 가치
한 달에만 수백 종의 앨범이 쏟아지는 음반 시장에서 최근 유독 눈에 띄는 보석들이 있다. 가수 나미가 국내 데뷔 전 몸 담았던 그룹 해피 돌스의 유일한 앨범, 재즈 편곡자 이판근씨가 남긴 한국 모던 재즈 최초의 기록, 기타리스트 신중현의 첫 번째 녹음, 195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손인호의 초기 음반, 이탈리아 고전 록 앨범을 모은 박스 세트 등이다.
국내 대중음악은 물론 해외 팝음악의 숨은 보석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곳은 대체로 중소 규모 음반사들이다. 때론 해외에 있는 저작권자를 찾아 원격으로 수소문하기도 하고 고인의 발자취를 좇기도 하며 수십 년간 방치된 창고를 뒤지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먼지 쌓인 골동품을 다시 손 봐서 시장에 내놓는다.
배인숙, 김트리오 등의 앨범을 재발매했던 비트볼뮤직의 이봉수 대표는 지난달 말 가요사에서 재평가 받아야 마땅한 두 장의 귀한 앨범을 출시했다. 이판근과 코리안째즈퀸텟 78의 'Jazz: 째즈로 들어본 우리 민요, 가요, 팝송!'과 해피 돌스의 1978년 앨범 '쇼 앨범 넘버 원'이다.
유명 음반 프로듀서 고 엄진씨가 제작한 'Jazz'는 한국 재즈 1세대의 정점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아리랑'과 '한오백년' 같은 민요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 '나의 모든 것(My Favorite Things)' 등 7곡을 한국적인 음악 혼으로 재해석했다. 이 대표는 제작자의 유족과 연락을 취했지만 마스터 테이프를 찾지 못해 보존 상태가 좋은 LP 레코드에서 음원을 가져온 뒤 일본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CD로 발매했다.
가수 나미가 데뷔 전 김명옥이라는 이름으로 몸 담았던 해피 돌스는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던 여성 5인조 밴드다. 디스코와 펑크(funk)를 연주하는 거의 유일한 여성 그룹이었던 해피 돌스가 현지에서 발표한 영어 앨범 '쇼 앨범 넘버 원'은 정작 우리에겐 잊혀졌지만, 캐나다 음악박물관이 뽑은 '역대 캐나다 앨범 베스트 1000'에 선정될 만큼 북미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캐나다의 관계자들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마스터 테이프를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캐나다에 사는 제작자 유칠왕씨로부터 다양한 자료를 넘겨 받아 완성도 높은 시디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송창식 박은옥 이광조 해바라기 등의 앨범을 재발매했던 뮤직리서치의 곽근주 대표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음반사였던 도미도레코드가 보관 중이던 마스터테이프를 찾아내 손인호의 '가요힛트앨범'을 최근 발매했다. '한 많은 대동강' '남행열차' '이별의 부산항' 등 전후 한국인을 달래주던 가요를 당시 녹음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귀한 앨범이다. 곽 대표는 "음악적 완성도를 떠나 당시의 녹음과 연주 방식을 알 수 있어 음악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음반"이라고 했다. 곽 대표는 음반사 씨앤엘뮤직과 손 잡고 신중현의 첫 번째 앨범인 '히키-申(신): 키타-멜로듸'를 LP 음반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태리 아트 록: 올 타임 젬 30'이라는 제목이 붙은 박스 세트는 1970년대 이탈리아 록음악의 부흥을 이끌었던 아트록 음악인들의 앨범 30장을 국내 음반사에서 저작권자로부터 허락 받아 모은 것이다. 국내는 물론, 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앨범이 다수 포함돼 있다. 기획자인 이치성 한이뮤직 과장은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1,000개 세트가 올해 안에 모두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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