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논란을 빚어 온 신문규제안이 왕실 칙령으로 확정됐다. 영국 정부와 정치권은 도청 등 언론의 잘못된 행태를 막으려면 구속력을 가진 규제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신문들은 언론 자유 침해를 들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여왕의 자문기구인 추밀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규제기관 신설 등을 담은 신문규제안을 승인했다. 규제안은 여왕이 서명한 칙령으로 제정됐다.
칙령은 새로운 신문 규제기관의 설치를 규정하고 의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기관은 언론중재 기능을 수행하며 윤리 규정을 어긴 신문에 최대 100만파운드(약 17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영국 연립정부의 두 축인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야당인 노동당은 칙령을 통한 자율규제안과 입법규제안을 두고 진통을 거듭하다 3월 이 같은 절충안을 마련했다. 영국 정부는 2011년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오브더월드가 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휴대폰 메시지를 해킹해 보도한 사실이 드러나 폐간되는 등 파문이 일자 규제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신문업계는 "국가기관의 통제로 언론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은 칙령이 제정되자 "새 규제 체제를 수용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독립언론윤리기구(IPSO)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 소속 기자는 "새로운 통제 기구가 생겼다"며 "우리는 이 체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가디언은 "칙령을 지지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며 중립 입장을 보였다.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는 "언론의 자기 규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 칙령이라는 것을 신문업계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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