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오르는 전셋값을 대기 위한 서민가계의 추가 대출이 가계부채 위기를 촉발시킬 '취약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그제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공식 거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세가 60주 이상 이어지면서 2009년 말 33조5,000억원이던 전체 전세자금대출액이 지난 6월말 60조원을 넘겨 두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그 결과 세입자 가계는 빚에 짓눌리고, 집 주인 역시 집값 대비 보증금이 지나치게 많아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세대출이 거시경제 위험요인으로 공식 거론될 정도로 악화한 건 '8ㆍ28 전월세 대책'이 실패작임을 확인해준다. 대책은 애초부터 주택 실수요자에게 구입자금 대출을 확대함으로써 매매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렇게 하면 집값 하락도 막고,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을 통해 전세난도 누그러져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택매매가 일부 활기를 찾은 반면, 전세 주택 공급 부족과 전셋값 고공행진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난 6월말 현재 국내 가계부채 총액은 약 980조원으로, 개인 가처분소득 총액(717조6,000억원) 대비 비율이 사상 최고치인 137%에 이를 정도로 악화한 상태다. 따라서 '8ㆍ28 대책'이 전월세 안정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론 집값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 집값 안정 분만큼 주택 구입자나 전세입자가 고스란히 신규 부채를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건 어느 모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전셋값이 집값의 90% 이상에 이를 정도로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세입자의 빚 부담이 느는 것은 물론이고, 집 주인 입장에서도 여차하면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내줄 수 없는 '깡통전세'가 속출하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젠 억지로 집값 안정에 집착하기 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을 통해 당장 시급한 전세난을 해소함은 물론, 집값 거품을 서서히 제거해 나가는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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