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가 계모한테 맞아 갈비뼈가 16대나 부러졌고, 그 부러진 뼈에 폐가 찔려 숨졌다는 뉴스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식탁에 놓여있던 2,000원을 그냥 가져간 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러고 가지 말라는 소풍을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렇게 때리다니.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이 어떠했을까. 억장이 무너진다.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그 소녀에게 '엄마'는 무엇이었을까. 엄마도 계모도 아닌 그저 나쁜 어른일 뿐이다.
▲ 아동학대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0년 간 학대로 숨진 어린이가 86명이나 된다. 전국 49개 아동보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가 지난해에만 6,403건에 달했다. 드러난 것만으로 그렇다. 미국 일본 등은 아동학대에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친부모라도 아이를 학대하면, 국가가 아이를 격리시켜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주변에서도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건강한 국가, 바른 사회가 할 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 만약 국가가 거꾸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면 어떨까. 어느 날 심야에 정보기관원들이 들이닥쳐 부모를, 자식을 잡아간다면?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잡혀가 칠성판 위에 손발이 묶인 채 뉘어져 고춧가루 섞인 물을 코로 마셔야 한다면?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해 피똥을 싼다면 또 어떨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천만에, 불과 30년 전 우리 사회가 그랬다. 갈비뼈 부러진 어린 소녀처럼 공포와 고통을 안고 살았다.
▲ 그래서 '간첩이 날뛰는 지금보다 그 시절이 더 낫다'는 전직 대학총장의 말이 슬프고도 무섭다. 간첩이 있으면 잡으면 되지, 유신 시절로 돌아가자니! 사회를 병들게 한 정보기관의 폭력이 편하다고 느낀다면, 어린 소녀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계모에 다름 아니다. 그런 시절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폭력 구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사찰과 정보공작부터 뿌리뽑아야 한다. 그게 묵인되면 정보기관은 서서히 괴물로 변하게 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중요한 이유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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