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뮤지컬들이 연말연시 대목이 시작되는 11월 일제히 무대에 오른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대작들을 비롯해 수차례 국내 공연을 통해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은 수작들이 꼬리를 문다. 연극과 무용 페스티벌이 풍성했던 10월에 이어 11월은 뮤지컬의 계절이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24일 개막하는 웨스트엔드 최신작(초연 2011년) '고스트'는 1990년 페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출연해 공전의 히트를 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이 원작이다. 원작자인 브루스 조엘 루빈이 다시 뮤지컬을 위해 대본을 쓴 작품이라 영화의 감흥을 고스란히 무대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스트'는 브로드웨이 대작들에 비해 한층 진화한 무대 기술을 자랑한다. 화려한 의상과 분장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뮤지컬 '위키드'(11월 22일 샤롯데씨어터 개막)와 정면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원작 자체가 영혼과 인간의 멈추지 않는 사랑 이야기여서 마술에 가까운 영상기법이 필수적이다. 제작진은 이를 위해 무대 자동화장치와 LED(발광다이오드) 영상장비들을 갖췄으며 영국의 오리지널 스태프들을 대거 동원해 한 달 동안 무대 준비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주제곡인 '언체인드 멜로디'가 다양한 편곡으로 연주되는 등 팝음악에 가까운 뮤지컬 넘버들이 눈에 띈다.
26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맘마미아'는 영국 오리지널 팀이 부르는 그룹 아바의 22개 명곡을 만날 기회다. 2004년 이후 국내 무대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모두 한국어 버전이었다. '맘마미아'라는 이름만으로도 히트가 예상되지만 배우의 스타성이 시장을 좌우하는 우리 뮤지컬 환경에 비춰볼 때 오리지널 팀의 무대라고 해서 쉽게 라이선스 공연의 흥행을 뛰어넘을지는 의문이다.
19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한국어 버전 으로만 여섯 번째 공연이다. 특히 이번엔 국내 티켓파워 부동의 1위인 조승우와 정성화가 주연으로 나서 '왕의 귀환'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캐스팅을 갖췄다는 평이다. 제작사에 따르면 두 주연 덕분에 벌써 티켓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BBC씨어터 개관작으로 1일 개막한 '아가씨와 건달들'은 195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의 고전이다. 배우 류수영의 뮤지컬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대작 러시는 관객의 입장에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스타 연기자를 잡지 못한 소규모 제작사의 창작물은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진다는 점에서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한 창작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서울 중심가 극장들을 싹쓸이하기 때문에 여타 공연들은 수도권 주변부로 내몰리는 실정"이라며 "심지어 '창작'이라는 타이틀을 관객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스폰서들이 이 말을 홍보 문구에서 빼달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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