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초선 의원이 원전 사고의 실상을 담은 서한을 일왕에게 건넸다가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원전에 반대해온 탤런트 출신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ㆍ38) 참의원 의원은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가 10월 31일 도쿄 아카사카교엔(赤坂御苑)에서 주최한 가든 파티에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일왕에게 건넸다.
이날 파티에는 나가시마 시게오(長嶋茂雄) 요미우리자이언츠 종신명예감독, 올해 5월 80세 나이에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미우라 유이치로(三浦雄一郞)씨 등 문화ㆍ체육계 공로자와 국회의원, 관료 등 1,800여명이 참석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A4용지 10장에 걸쳐 붓으로 쓴 이 편지에서 원전 사고의 참상과 피폭 어린이들의 건강,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낮은 식품안전기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왕은 서한을 받고 잠시 야마모토 의원과 이야기하다 시종장에게 서한을 넘겼다.
정치권 등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 개입이 금지된 일왕에게 자기 주장을 담은 편지를 전했다며 야마모토 의원을 강하게 비난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장관은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자체"라면서 "의원직 사퇴감"이라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 했고 민주당의 마쓰바라 진(松原仁) 중의원 의원은 "의원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견해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비난에 야마모토 의원은 1일 참의원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전날만 해도 일왕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할 뜻이 없었다고 강변했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절대 지지 말라' '우익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신변보호를 철저히 해달라'는 지지의 글과 '야마모토씨, 당신 정말 국회의원이 맞습니까'는 비판의 글이 함께 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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