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골프채로 아들을 때려 죽이고, 소풍 보내달라는 딸을 계모가 패서 죽게 만드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신문 연재글을 모은 이 책 속의 51가지 가족이야기는 언뜻 남의 이야기 같지만 곰곰이 돌이켜 보면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불화하면서 막장드라마를 연출하는 이야기들이 다수인 것은 그것이 대체로 불행한 '우리의 맨얼굴'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욕망이 부딪히고 차별이 존재하는 가족 자체의 실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온통 불행한 가족 스케치만 모아 놓은 것은 아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산가족이 된 화물차 기사 아버지가 딸들에게 틈틈이 편지로 다 전하지 못할 애정을 표현하고, 섹스리스 부부가 자존심을 양보해 해묵은 갈등을 치유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엮은이 말 대로 다른 가족도 이렇게 힘들게 사는구나 하고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적잖은 위안을 준다.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사연을 읽는 것은 덤으로 얻는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다.
개마고원ㆍ294쪽ㆍ1만4,000원.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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