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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사라지면 희망도 없어"

입력
2013.11.0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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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사라지면 희망도 없습니다. 정의가 존중 받으면 가난한 자들이 희망을 가지며, 온 세상이 즐겁게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세계성공회공동체 수장인 저스틴 웰비(57)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의 1일 아시아 전체회의 연설에서 정의를 강조했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165개국에 1억명의 신자를 거느린 세계성공회공동체의 수장이다. 지난 3월 제105대 캔터베리 대주교가 된 그는 영국 남부 지역의 3분의 2에 달하는 캔터베리 관구를 관장하고, 영국 상원의 종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방한은 1990년 대한성공회 설립 100주년을 축하하러 온 로버트 런시 대주교의 방한 이후 23년 만이다.

웰비 대주교는 "기독교인들은 본능적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복음을 위해 기꺼이 생명을 버릴 수 있어야 하느님이 주는 생명을 찾을 수 있다"며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일치라는 하느님의 놀랍고 소중한 선물을 황폐하게 만들고, 자신에게만 관심을 갖고, 자기 보호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 처음 왔고, 임진각도 방문한다"며 "한국의 분단 현실을 잘 알지 못하지만 통일 해법을 찾기 위해 많은 이들의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웰비 대주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독일계 유대인 아버지와 성직자 집안 출신인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956년 출생했다. 명문 이튼 스쿨을 나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과 역사학을 전공했다. 20대 중반부터 석유회사와 유전탐사회사에서 재무를 담당하며, 중역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웰비 대주교는 케임브리지대 재학 시절에 만난 캐럴린 여사와 결혼해 5남매를 두고 있다. 1983년 당시 생후 7개월 된 막내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6년 뒤 더럼대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기독교 사회윤리학에 관심을 갖고 기업윤리,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됐다. 37세라는 늦은 나이에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화해를 위해 노력했다. 나이지리아 유전 지역에서 무장세력과 교섭을 벌이기도 했고, 미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에는 바그다드 성공회교회 재건에 힘썼다.

한편, WCC 부산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인 쿠르트 코흐 추기경은 1일 오전 해운대구 해운정사를 찾아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번 만남에는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 아시아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장인 인도의 마차도 대주교 등이 배석했다. 진제 스님은 "우리 모두 산과 물 같은 덕을 향해야 한다"고 했고, 코흐 추기경은 "종교를 넘어 모든 이들이 평화와 행복을 찾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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