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orld] 약혼자와 연락했다고… 춤추는 모습 찍었다고… 다시 늘어나는 이슬람권의 '명예살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orld] 약혼자와 연락했다고… 춤추는 모습 찍었다고… 다시 늘어나는 이슬람권의 '명예살인'

입력
2013.11.01 11:46
0 0

최근 예멘에서 약혼자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이유로 15살 딸을 아버지가 불에 태워 죽인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CNN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예멘 남부 타이즈주의 외딴 마을에서 딸을 살해한 혐의로 35세 남성을 체포했다. 예멘 일부 지역에선 부족사회 관습을 들어 혼인 전 남녀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결혼에 반대하는 가족으로부터 도망쳐 연인과 결혼한 예멘의 20대 여성도 얼마 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 여성은 예멘 남부 아덴시의 신혼집에서 오빠와 남동생 등 형제 4명의 총에 맞아 숨졌다. 오빠와 남동생 등은 경찰 조사에서 "누이가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했다.

예멘과 이집트, 요르단 등 이슬람권에서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여성 또는 간통한 여성들을 상대로 가족이 해당 여성을 살해하는 관습인 '명예살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전근대적인 문화에 따른 차별로 여성이 고통을 받는 비참한 현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멘은 최근 들어 명예살인이 가장 빈번하고,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국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2년 '세계 성차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예멘은 경제 정치 교육 보건 등의 분야에서 성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로 꼽혔다.

예멘에선 여성들이 부당하게 명예살인을 당해도 관용적인 형법 때문에 가해자는 가벼운 처벌만 받는다. 실제로 간통한 아내를 살해한 남성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징역형을 받더라도 최고 형량이 1년을 넘지 않는다. 현지 아동인권운동가 아흐메드 알 쿠레시는 "대부분의 명예살인은 부족 법이 적용되는 시골 지역에서 벌어지며 제대로 신고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명예살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집트에서도 지난 5월 남부 룩소르 지방에서 모녀 3명이 명예살인을 당했다. 어머니와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이집트 경찰에 체포된 친척 남성들은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모녀를 살해해 가족의 명예를 지키려고 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올 7월 10대 소녀 2명이 빗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요르단의 남자 청소년 10명 중 5명 정도는 명예살인을 옹호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나와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범죄학 연구소가 요르단의 15세 남녀 청소년 8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3.4%가 명예살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설문지에 제시된 명예살인 사례 가운데 최소한 두건 이상에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남자의 경우 46.1%였고 여자는 22.1%였다. 요르단에서도 매년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까지 명예살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누엘 아이스너 교수는 "교육수준이 높고 종교에 경도되지 않은 응답자들 가운데에도 명예살인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었다"며 "특히 요르단처럼 현대화된 국가에서도 교육수준이 낮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명예살인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