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를 당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한일 양국에서 힘겨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인지 14년 만에 국내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광복 68년 만에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광주지법 민사12부(부장 이종광)는 1일 양금덕(85)씨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에 대해 양씨 등 피해 당사자 4명에게 각각 1억5,000만원, 숨진 부인과 여동생을 대신해 소송을 낸 유족 1명에게는 8,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이 만 13, 14세에 불과했던 이들을 강제 연행한 후 열악한 환경에서 가혹한 노동을 하게 하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해방된 지 68년이 지나 원고들의 나이가 80세를 넘는 시점에서 뒤늦게 선고하게 돼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면서 "이번 판결로 억울함을 씻고 고통에서 벗어나 여생을 보내기 바란다"고 위로했다. 이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에 관심을 두고 적극 나서야 양국 사이의 응어리진 감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지난 7월 서울고법(신일철주금 상대ㆍ배상액 1인당 1억원), 부산고법(미쓰비시ㆍ1인당 8,000만원) 판결에 이어 세 번째다. 재판부는 같은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부산고법 판결보다 배상액이 높은 이유에 대해 "부산고법 사건의 원고들은 징용 당시 만 18~22세의 남성이었고 강제노동 기간이 11개월이었던데 비해 이번 소송은 강제노동이 절대 금지된 나이에 끌려가 1년 5개월간 노역을 했던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양씨 등은 1999년 3월 1일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일본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패소했다. 미쓰비시 측은 다른 소송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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