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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오른 이세돌, 명인 2연패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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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 오른 이세돌, 명인 2연패 노린다

입력
2013.1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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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12. 지난해 명인전 우승자 이세돌이 최근 두 달 동안 파죽의 15연승을 기록하며 명인 타이틀 2연패를 향해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지난 달 29일 바둑TV대국실에서 벌어진 제41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준결승전에서 전기 우승자 이세돌이 박영훈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35, 36, 40기에 이어 통산 네 번째 명인 타이틀 도전이다.

이세돌과 박영훈의 준결승전은 두 선수의 평소 기풍대로 창과 방패의 대결양상이었다. 박영훈이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해 일찌감치 30집이 넘는 실리를 확보했으나 역시 이세돌의 전투력은 대단했다. 중반 전투에서 박영훈의 털끝만한 실착을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추궁해서 바둑을 복잡하게 만든 다음, 패싸움을 하면서 뜻밖에 엄청난 이득을 챙겨 단박에 승세를 굳혔다.

38, 39기 명인전 우승자 박영훈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준결승전에서 이세돌에게 가로막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세돌은 2주일 전에 열린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 백홍석을 제치고 먼저 결승에 오른 최철한과 11일부터 41번째 명인 타이틀의 주인을 가리는 마지막 관문인 결승 5번기를 시작한다. 이세돌과 최철한의 통산 전적은 29승17패로 이세돌이 앞서 있다. 특히 2006년 맥심커피배, KBS바둑왕전, GS칼텍스배와 2012년 올레배 등 그동안 3번기 혹은 5번기로 진행된 타이틀매치에서 모두 승리했고, 단판 승부였던 2005년 후지쯔배와 중환배서는 1승1패를 기록했다.

특히 이세돌은 요즘 명인전 외에도 각종 국내외 기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세돌은 올해 상반기에는 중요한 고비마다 아쉽게 패점을 기록하며 아직까지 단 한 개의 타이틀도 따내지 못했는데, 하반기 들어 마치 사람이 달라진 듯 9월과 10월 두 달 동안에 무려 15연승을 기록하면서 올해 바둑농사를 마무리하는 타이틀 수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세돌은 현재 명인전 외에도 삼성화재배, 올레배, 국수전에서 모두 4강에 진출해 있어 연말에 무더기로 타이틀 추가가 기대된다.

삼성화재배에는 한국 선수가 이세돌 한 명뿐이고 우광야, 스웨, 탕웨이싱 등 나머지 세 명은 모두 중국 선수다. 이세돌은 4일부터 대전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리는 준결승전 3번기에서 중국의 신예 우광야(23)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우광야는 중국 랭킹 17위에 올라있는 신예 강자지만 세계대회 4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기 우승자이자 그동안 이 대회서 네 차례 우승, 최다우승기록을 보유 중인 이세돌로서는 통산 17번째 세계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올해 마지막 기회다. 또한 올해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한국 바둑계로서는 지난 17년간 보유해온 세계대회 연승 기록을 지키기 위해서 이세돌의 선전이 절실한 입장이다.

이세돌은 이밖에 올레베서 목진석과 함께 일찌감치 4강에 선착했고, 국수전에서도 홍성지, 박정환, 김지석과 함께 4강에 진출했다.

특히 이같은 이세돌의 모습은 작년 이맘때와 영락없는 판박이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세돌은 작년에도 상반기 동안 그다지 큰 활약이 없다가 하반기부터 갑자기 힘을 내기 시작해 11월에 올레배 결승전에서 최철한에게 3대1로 이겼고, 12월에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는 구리에게 반집승 두 번으로 우승 상금 3억원을 챙겼다. 이어 명인전에서는 백홍석에게 초반에 2패를 했으나 이후 끈질긴 투혼을 발휘해 내리 3연승을 거두는 대역전극을 연출하면 서 내친 김에 바둑대상 최우수선수상(MVP)까지 품에 안았다.

더욱이 이들은 대회 전통이나 상금 규모면에서 명실상부한 국내외 최고 기전이다. 삼성화재배는 우승상금 3억원으로 올해 남은 유일한 세계대회 개인전이고, 올레배는 우승상금 1억 2,000만원으로 국내기전 중 가장 상금이 많다. 또 명인전과 국수전은 프로기사라면 누구든지 정상에 오르고 싶은 오랜 전통의 명문 기전이다.

또한 4개 기전 모두 생각시간이 다른 기전에 비해 매우 길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수전과 삼성화재배가 3시간, 명인전 2시간, 올레배 1시간 등 국내외 기전 중에서 가장 긴 편이다.

이세돌은 평소 큰 바둑에 유달리 강한 모습을 보였고, 나이가 서른을 넘어서면서부터 속기보다 긴 바둑이 보다 편하다고 밝힌 바 있으므로 과연 올 연말 이세돌의 바둑농사 가을걷이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지 주목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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